자기-친밀성'을 완성하는 삶의 변증법

실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선택의 주인이되는 길

by 슈펭 Super Peng

13화에서 우리는 타인의 기대와 시선이 만들어낸 '나답지 않은 삶'에 종지부를 찍고, 후회라는 고통스러운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용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해방감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자리합니다. "과연 '나답게 사는 삶'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진짜 나'라는 완벽한 설계도를 찾아 헤매며, 그 실체를 정의하지 못할까 두려워 다시금 고정된 가치관이나 타인의 성공 사례에 기대려 합니다. 눈을 감는 순간, 자신의 삶을 주도하지 못한 채 남의 연극에 출연한 '배우'였다는 공허한 후회만 남을까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는 '나다움'이라는 것은 애초에 고정된 형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에 따라, 경험의 총량에 따라 끝없이 변형되는 유동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동성에 대한 철학적 집착은 우리를 또 다른 강박에 가두며,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할까 두려워 가장 중요한 '순간의 실천'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나답게 사는 삶은 거대한 선언이나 변치 않는 정체성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과 맥락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택'을 하려는 노력의 총합입니다. 우리가 내리는 매 순간의 선택 자체가 그 순간의 '나'를 능동적으로 정의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순간적인 선택에 일관성과 주체성을 부여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용기와 정직함'이 결합된 직접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나답게 사는 삶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수반합니다. 타인의 기대와 부탁을 거절하고(10화의 경계), 익숙한 경로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는 용기와, 남들이 모두 찬양하는 가치나 트렌드에 대해 "나는 별로다"라고 즉각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정직함이야말로 나만의 안목을 형성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지식이나 정보(타인의 경험)를 머리로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이 안목을 기를 수 없습니다. 마치 전문가가 영화 100편을 본 후 비로소 자신의 비평을 내놓듯, 우리의 삶 역시 온몸을 던져 뼈저리게 부딪히는 경험의 총량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저의 창작 활동 역시 이러한 직접 경험의 산물입니다. 흙을 빚고, 물감을 선택하며, 문장을 구성하는 모든 과정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저의 가치관에 기반한 순간적인 선택들의 집합입니다. 남들이 원하는 형태가 아닌, 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향해 끊임없이 경험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저만의 색깔이 완성됩니다. 이처럼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삶의 경험치를 쌓는 것은, 11화에서 강조했던 '자기-친밀성'을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건강한 관계로 구축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됩니다.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오롯이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 삶을 위한 실천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고정된 정체성을 찾는 대신, 순간의 선택에 집중하고 나만의 안목을 키우는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해왔던 일 중, 자신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시키는 활동이나 관계 3가지를 정하여 '거절 리스트'에 올립니다. 이 리스트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용기가 나다움의 첫 번째 경계입니다. 다음으로,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5가지 이상 리스트업합니다. 이것은 타인의 시선이 배제된, 나를 정의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그 리스트에 있는 항목을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솔직한 감정(재미있다/없다, 좋다/별로다)을 즉각적으로 기록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전이나 마무리할 때 15분 동안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합니다. 이 시간 동안 '오늘 내가 내린 선택은 나의 가치와 일치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점검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내가 나의 삶이라는 영화의 '감독' 자리에 앉아 있음을 확인하며, 습관적인 타인 중심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오직 나만이 나를 완성해'라는 여정은 완벽하게 완성된 '나'라는 실체를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대신, 나다움이라는 개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매 순간 주도적인 선택을 하려는 용기와 정직함을 갖추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타인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창조하는 '영원한 감독'입니다. 완벽한 설계도는 존재하지 않지만, 매일 최선의 선택으로 나의 우주를 섬세하게 구축해 나가는 이 자유롭고 역동적인 과정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삶이며, 우리 자신을 온전히 완성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라는 걸작을 위해, 가장 정직하고 용기 있는 선택은 무엇입니까?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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