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가 노동이라면

by 슈펭 Super Peng


​지쳤다는 말로는 닿지 않는 깊은 피로가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도대체 이 짐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쳤다.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톱니바퀴처럼 나를 갉아먹는 듯한 무력감 속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라는 사실을.
​관계가 노동이라는 진실을 마주했을 때, 나는 해방감 대신 더 깊은 절망을 느꼈다. 사랑, 우정, 심지어 가족과의 유대마저도 끊임없이 나를 소진시키는 에너지 투입의 과정이라면, 우리는 언제쯤 진정으로 쉴 수 있을까. 상대의 감정을 읽으려 신경을 곤두세우고, 내 감정을 적절히 포장하며,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모든 과정들. 이 모든 것이 마치 영혼의 광산에 매일 출근하여 캐내는 감정의 연장근무 같다. 나는 왜 이 고된 노력을 멈추지 못하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한다'고 믿었던 그 모든 사람들에게서조차 완벽한 편안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순수한 기쁨만을 주는 관계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더라고. 실망스러운 구석을 발견했을 때의 불편함, 혹은 내가 그들을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오는 미안함까지. 결국 나는 그 관계의 한가운데서도 홀로 외로운 섬이었고, 타인과의 연결을 시도할 때마다 소진되는 에너지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이 모든 '관계 노동'으로부터의 완벽한 단절뿐일까. 아니면 이 지친 순간들을 그저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끌어안고 묵묵히 버텨내는 것일까. 붉게 물든 창밖의 하늘 아래, 나는 잠시 모든 노력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너는 단 1분이라도 진정으로 편안했니?"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무거운 침묵뿐이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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