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아직 별들마저 녹지 못해 얼어붙은 시간.
세상이 가장 깊은 숨을 은밀히 죄어드는 고독.
빛이 닿지 않는 어둠과 깨어남 사이의 서늘한 경계다.
나지막한 그림자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익명의 쇠락(衰落).
새벽의 칼날 같은 고요 속에, 자신의 실존마저 냉정히 묻고 일어설 뿐이다.
그들이 투명한 장벽처럼 타인의 편안함을 짊어지고 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 빗자루의 소리.
새벽의 정적을 찢는 가장 정직한 고독의 파열음이다.
그 손길의 결을 따라 밤새 흩어진 도시의 죄의 잔해와 상념들이 걷힌다.
단 한 번도 멈추지 않는 시계침 아래,
타인의 안녕을 위해 기꺼이 톱니바퀴가 된 자.
무관심 속 안녕을 위한 혹독한 시간 속에서 단독자(單獨者)는 지킨다.
벽돌장인이 박아놓은 하나의 실이 냉정한 열을 맞추고,
그 아래 쇠와 얼음의 뼈대가 수직으로 솟는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계산된 틈이 고독하게 메워진다.그들의 망치 소리는 존재의 깊은 곳에서 울리는 박자일 뿐.
단단한 시멘트의 차가운 침묵 위에,
우리가 기대 쉴 안락한 보금자리를 차가운 손으로 짓는다.
나는 내 지붕 아래 따스히 안온했으나,
당신과 나의 이 쉼터는, 그들의 새벽과 고통을 대가로 서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해라.
달궈진 엔진 위로 타오르는 속도를 짊어지고 달리는 고독한 자여.
그 아래 밤새도록 쉼 없이 달린 바퀴의 뜨거운 마찰열.
수백 개의 이름표가 달린 짐의 무게와 함께,
나는 이 시대의 고독을 외면하고, 부끄러움 없이 잠들었는가. 대답해라.
그들이 짊어진 보이지 않는 무게를
나는 나의 편안함이라는 값싼 대가로 무심하게 소비했을 뿐이다.
굳은살 속에 웅크린 것은
헌신의 이름으로 겪은 수많은 새벽의 내적 심연.
그것은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의 형식으로 피어난
지극히 고립된 생명의 연대일 뿐이다.
이들은 영웅이라 불리기에는 너무나 닿을 수 없는 고요 속에 있고,
그들의 존재는 무심결에 쉽게 지워진다.
숭고함은 늘 환호의 깃발 아래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침묵, 그 절대적인 익명성이라는 한계 속에서
가장 단단한 형태의 윤리적 근원이 뿌리를 내린다.
오직 그 차가운 침묵만이,
가장 깊은 진실의 칼날처럼 서 있다.
내가 딛고 선 평온한 아침의 첫걸음은
수많은 고독의 제단 위에 놓여 있음을 깨달아라.
이제 나는 그들의 서늘한 진실을 해독하려 한다.
이름 없는 새벽의 이들,
광장의 뜨거운 정념(情念)이 아닌,
고요한 이 새벽에서 기꺼이 자신의 실존을 펴는 이.
그 묵묵함의 무게와 심연이 나의 삶을 차갑게 지탱한다.
그들이 네 영웅이다. 그의 얼어붙은 고독을 절대 잊지 마라.
잠든 자들의 얇은 꿈이 내뱉는 오만.
'실패한 삶'이라 명명(命名)하는, 자비 없는 혀의 감옥.
그들의 고귀한 의무를 천박한 가치로 재단하는 위선이여.
지표(指標) 없는 곳에서 피어난 헌신은,
오직 무지한 눈에만 낮게 보일 뿐이다.
노동에는 높낮이가 없다. 이 새벽을 여는 모든 헌신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빛나는 존재의 이유다.
보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헌신이 멈춘다면.
당장 다음 날, 도시의 톱니바퀴는 차갑게 멈춘다.
벽돌을 놓는 손이 사라지고, 길 위의 짐이 묶일 때,
모두의 안온한 보금자리가 경제라는 뼈대와 함께 휘청인다.
그들과 우리의 묵묵한 어깨 위에서만, 이 거대한 도시는 불안하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