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예의

by 슈펭 Super Peng


우리는 끝을 알면서도 늘 고요히 이별을 배운다.

관계도, 감정도, 지금의 나조차 이윽고 손을 흔들며 멀어질 너무나 잘 아는 운명이기에.

그 때문인가. 붙잡을 수 없는 모든 것에 우리는 유독 조심스럽다.

손끝을 스친 마음을 세게 잡아당기면 부서진 조각이 튀어 나를 먼저 베어버린다는 것을 이미 수없이 겪었으니.

떠난 뒤의 공기는 기압이 다르게 흐른다. 침묵은 너무 선명하여 방 안의 사물들이 미세하게 뒤틀리는 듯하다.

그 기압이 온몸에 스며들어 괜찮은 척 들이마신 숨이 목 끝에서 아스라이 떨린다.

우리는 안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마지막 예의를 요구한다는 것을.

'유효기간 만료'라 적힌 표지가 없어도 아주 서서히, 고요하게 빛이 식어가는 그 감각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끝까지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끝내 머물지 못한 그 마음결에게도.

이제야 깨닫는 것이다. 사라진 뒷모습이 왜 이토록 오래 머무는지.

그것은 미련이 아니라 조각이 남긴 기압의 잔영. 무게가 바뀐 공기 속에서 우리는 잠시 비틀거리지만 이윽고, 다시 균형을 찾아간다.

그럼에도 작게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끝을 알면서도 내 삶의 한 귀퉁이에 깊은 흔적을 기꺼이 남겨준 모든 사라짐들에게.

사라졌지만 한때 나를 분명히 지켜주었던 그 빛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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