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격정은 이제 잔잔한 기억의 숲. 꽃잎처럼 떨어지던 맹세들도 차가운 세월 아래 침묵하네.
우리의 운명은 뜨거운 피가 아닌 잉크로 쓰였으니. 검은 활자들이 정해 놓은 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삶은 흘러간다.
어찌하여 가슴은 이 냉혹한 섭리(攝理)를 거부하는가. 모든 것이 허무로 향함을 알면서도 홀로 미래의 따스함을 갈망하는가.
허나 슬픔의 뒤편에 진실한 순간은 반드시 오리니. 속이는 생(生)이라 해도 순수한 영혼은 결코 기만당하지 않으리.
그러니 친구여, 지금은 잠시 고통을 숨기고 인내하라. 흘러간 날은 훗날 다시 아름답게 기억의 창가에 머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