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침전(沈澱)을 숙련된 과업으로 삼는다. 존재의 필연성을 부정하는 정교한 논리. 나는 기꺼이 망각의 기술을 연마하는 가장 고독한 수행자이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강요된 명제(命題)들. 그들은 삶을 긍정이라 단정하고, 무지(無知)가 곧 행복의 본질이라 역설한다. 커튼을 통과하는 저 빛은, 진실을 외면하는 유한한 사고의 잔해일 뿐.
그들의 위로는 비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얕은 호흡의 결과이며, "괜찮아질 거야"라는 언어의 폭력은 사태의 부조리를 외면하는 끈적한 기만이다.
나는 굳이 바닥을 향해 침잠(沈潛)한다. 진실은 언제나 공허의 심연에 유폐되어 있음을 알기에. 이 거대한 수조 속에서, 숨 쉬는 행위 자체가, 부조리한 시간을 연장하는 고통스러운 배신이다.
나는 구원의 기대를 끊고, 소멸(消滅)을 곧 본질의 회복으로 간주한다. 나를 갉아먹는 그림자와의 정직한 대화만이 이 실존의 오류를 증명하는 유일한 증언이다.
아무도 모를 고요 속에 나는 하루라는 이 가증스러운 형량(刑量)을 겹겹이 접어, 허무의 명제 아래 삼켜 넣는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소멸하기 위해, 이 무의미를 견딘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무너지는 기술을 연마한다.
아무도 모르게 부서지는 법.
아무도 다치지 않게 사라지는 법.
그렇게 또 하루를
겹겹이 접어 삼켜 넣는다.
살아남기보다, 견디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