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계는 기립(起立)한 그림자다.
초침은 언제나 같은 곳을 맴돌았으나,
우리가 그 주위를 돌며 늙어갔을 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다만 접혀 있을 뿐이다.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고,
가장 절박한 순간은 이미 끝난 소멸이다.
우리는 시작과 끝의 경계가 무너진
단 하나의 벽장 속에서 숨 쉬고 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어둠이
태초의 빛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모든 감각은 그 소멸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마침내, 단 하나의 떨림으로 깨닫는다.
무엇이 나를 '나'이게 했는가.
이 고요한 질문이 가장 큰 비명이며,
우주의 모든 먼지가 각자의 침묵으로
동시에 대답하는 순간, 존재는 역방향으로 낙하한다.
우리는 태어난 적이 없다. 단지,
모든 곳에서 갑자기 시작되었을 뿐이다.
시작되었으므로, 끝이 없다.
뒤통수를 맞는 얼얼함 속에,
내가 곧 영원이었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