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에 적어둔 마음

by 슈펭 Super Peng


종이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시작한다.

글자가 되지 못한 것들,
잉크가 거부한 것들,
그것이 나의 전부였다.

흰 것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눈 내린 들판을 보라.
모든 발자국이 지워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길이 있다.

나는 쓴다.
너의 이름 옆에
아무것도 쓰지 않는 방식으로.

마침표 대신
숨을 멈춘다.
책을 덮으면
글자들은 서로를 껴안고
어둠 속에 눕는다.

읽히지 않는 밤,
여백만이 깨어
빛나고 있다.

 

네가 읽은 것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

내가 쓴 것은
네가 읽지 못한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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