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지 못한 순간들에게

by 슈펭 Super Peng

1.

아직 얼굴 모를 당신에게
당신의 時間(시간) 어딘가에도
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 빈자리조차 모른 채
서로는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기울었고
무언가에 무릎을 꿇었고
잃은 것들을 밤마다 새웠고
예상치 못한 골목에서 울었고
그럼에도 다시 걷는 법을 스스로 찾았다
그렇게 한 사람이 되어 갔다


2.

어머니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

누군가의 少女(소녀)이던 봄이 있었고

아버지가 아직

누군가의 아들이기만 하던

여름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끝내 볼 수 없는 뒷면이 있다

손전등처럼

비추는 곳만 보일 뿐

달이 그러하듯

내가 닿지 못한 사무실에서 버텨낸 오후들

새벽 세 시에 혼자 내린 결심들

거울 앞에서만 허락한 표정들

저마다의 어둠 속에서

빛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時間(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빛의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 불완전한 앎이

각자의 삶이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다

고로 한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의 全部(전부)가
될 수 없다


3.

언젠가 내 손을 잡게 될 사람이

아직 나라는 方向(방향)을 모른 채

다른 별을 올려다보던 밤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별빛 아래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되감고 또 되감은 구절이 있나

혀끝에서 끝내 사라지지 않은 음계가 있나

발걸음이 멈춰버린 풍경이 있었는지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던 순간이 있나


궁금하지 않다는 말은
꺼내기도 전에
이미 거짓이 된다
강물에 돌을 던지듯
그저 조용히 놓아주기로 했다

닿지 못했기 때문에

더 깊이 당신의 것인 시간들이 있다

所有(소유)되지 않아서

비로소 거룩한 것들이 있다



4.

당신이 온다는 건

그 모든 머무르지 못한 瞬間(순간)들이

함께 온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一生(일생)이

고스란히 이쪽으로 걷는다는 것

나 없이 흘러간 날들


無事(무사)했기를

그 모든 季節(계절)을 다 건너

끝내 이쪽으로 와 주기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늦어져도 괜찮다
나는 늘 여기,

내일이라는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내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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