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무너지는 법
崩壞(붕괴)에도 예절이 있다
소리 내어 쓰러지는 것은
폐허가 아니라 소동이다
진짜 무너짐은
기척이 없다
처마 끝에서 낙수(落水)가 떨어지듯
오래, 같은 자리를
조금씩 파고드는 것
돌이 닳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인내의 축적이다
그러니 먼저
얼굴을 닫을 것
表情(표정)은 일종의 예의다
허물어지는 내면을
단정히 여미고
어제와 같은 목소리로
오늘을 건너갈 것
괜찮냐는 말에
괜찮다 할 것
그 말이 舌根(설근) 아래서
한 번 뭉클해도
조용히 삼킬 것
거짓말이 아니다
아직 무너지는 중이라는
시제(時制)의 문제일 뿐
두 번째로
이유를 캐지 말 것
균열(龜裂)은
원인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어느 날 버티던 것이
버티는 일을
그냥 잊는 것이다
탓할 것도
설명할 것도 없다
沈默(침묵)은
패배가 아니라
내부의 정직함이다
세 번째로
끝까지 내려갈 것
反쯤 허물어진 채
서 있으려 하지 말 것
그것이 가장 위태롭다
落下(낙하)를 두려워하는 자는
추락을 두 번 산다
한 번은 무서워하면서
한 번은 실제로
다 내려가 보면 안다
저 바닥은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 먼저
무너져 다져놓은
단단한 땅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실컷 무너진 다음
서두르지 말 것
廢墟(폐허)에서 자라는 것들이
가장 깊이 뿌리를 내린다
부서진 자리에서만
피는 꽃이 있다
조용히 무너질 줄 아는 사람은
소란 없이 다시 선다
그것이
長久(장구)히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끝으로, 한 가지만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
그러나
아무도 몰라줄까봐
무섭다는 것도
崩壞(붕괴)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언제나
들키고 싶다는 말이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