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민족

by 슈펭 Super Peng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인다. "너만의 색깔을 가져!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렴!" 하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의 어깨를 누르며 경고한다. "너무 튀지 마. 이 거대한 그림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려야 해." 우리는 자신만의 빛을 발하라는 격려와, 그림자 속에 숨으라는 경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개성을 존중한다면서도, 막상 그 개성이 불편할 만큼 뚜렷해지면 날카로운 시선이 돌아온다. 이 역설적인 주문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춤은 어쩌면 구인 시장에서 펼쳐진다. 기업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젊은 패기를 가진 '신입'을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들린 채용 공고에는 늘 '경력 3년 이상'이라는 낯선 조건이 따라붙는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경험을 요구하는 이 모순된 외침 앞에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마치 어제 태어난 아기에게 능숙한 걸음걸이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사회는 경험 없는 젊음에게 문을 열어주는 대신, 이미 갖춰진 숙련된 완벽함을 요구하며 숨겨진 장벽을 세운다.
이러한 불합리한 명령들은 비단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채찍질 당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행착오나 불완전함은 용납되지 않는다. 성장통은 외면당하고, 오직 완벽한 결과만이 인정받는다. 솔직함을 요구하지만, 너무 솔직하면 관계의 파열음을 감수해야 한다. 자유를 외치지만, 그 자유는 시스템 안에서만 허락되는 미묘한 경계 안에 갇혀 있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모순된 요구 속에서 스스로를 조각한다. 너무 튀지도, 너무 흔하지도 않은, 적당히 무난하면서도 어딘가 특별해 보이는 가면을 만든다. 스스로의 색깔을 갈망하면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무채색의 틀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춘다. 경력이 없는 신입은 경력처럼 보이는 포장을 배우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보다 타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빚어지는 데 익숙해진다.
우리는 지금, 말 그대로 말이 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줄에 묶인 채, 앞뒤가 맞지 않는 명령에 따라 춤추는 꼭두각시처럼. 그러나 이 불합리한 역설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사회의 모순된 요구를 인지하고, 그 안에서도 나만의 진실된 색깔과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저항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전통은 때로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화려함 속에서도 절제를 잃지 않고, 소박함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독특한 미학. 그것은 마치 고요한 산사에 스며드는 새벽빛 같고, 단아한 한복 자락에 흐르는 바람의 선과 같습니다. 붉고 푸른 오방색의 조화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지처럼 은은한 여백이 살아 숨 쉬는 것이 우리 전통의 진정한 얼굴입니다.
우리는 흔히 궁궐의 단청이나 민화의 강렬한 색채를 떠올리지만, 그 화려함의 기저에는 '절제'와 '조화'가 깊이 박혀 있습니다. 조선 백자의 희고 깨끗한 곡선은 아무런 장식 없이도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흙과 불이 빚어낸 순수한 빛깔만으로도 최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과장하여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겸손의 미학입니다. 모든 것을 채우려 하기보다, 비워냄으로써 얻는 충만함. 여백이 주는 깊이와 울림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우리 전통의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전통이 마냥 초라하거나 검소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한옥의 기와지붕이 그리는 부드러운 곡선은 자연과의 조화를 꿈꾸고, 소박한 재료로 지어진 초가집조차도 그 안에 삶의 따뜻한 온기와 지혜를 품고 있습니다. 투박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과 수많은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견고함과 실용성이 담겨 있습니다. 초라함의 경계를 넘어선, 깊은 품격과 쓸모의 아름다움이 그 안에 있는 것이죠.
가장 한국적인 색깔은 이렇듯, 화려함과 소박함 사이, 드러냄과 감춤 사이의 미묘한 균형에서 피어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서도,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하는 힘. 과장하지 않고, 꾸밈없이,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멋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물질적인 풍요나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좇는 현대 사회에,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가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전통의 여백의 미학은 어쩌면, 혼란스러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일지 모릅니다. 모든 것을 다 채우려 하지 않고, 때로는 비워냄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 은은하게 빛나고, 조용히 스며들며, 스스로의 가치를 묵묵히 지켜나가는 힘을, 우리는 우리의 전통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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