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by 슈펭 Super Peng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말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종종 공허한 위로가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아픔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마치 멈춰버린 듯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들의 세상에서 시간은 멈춰 서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 말을 접했을 때, 제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뭉클한 공감이 차올랐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동의를 넘어, 과거의 저를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시간이 약’이라고 속삭입니다. 상실의 고통도, 좌절감도, 모든 것이 시간과 함께 흐려지고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고통의 한복판에 선 이들에게 시간은 마치 굳어버린 강물과 같습니다. 시계는 째깍거리며 흘러도, 그들의 내면은 마치 정지된 사진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픔은 매 순간 새롭게 다가오고, 절망은 그들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이끌어갑니다. 하루하루가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 듯한 고립감에 갇힙니다.
저 역시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 고통이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때때로 더 큰 외로움과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나의 아픔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정지된다”는 그 통찰은 제가 겪었던 경험을 명확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아, 그때 나에게 시간은 멈춰 있었구나. 그래서 그토록 견디기 힘들었구나. 비로소 저의 과거가 이해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고통 속에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약’이라는 일반론적 위로가 아닙니다. 그들의 멈춰선 시간을 깊이 이해하고, 그 아픔을 함께 감내하려는 진정한 공감입니다. 그들의 고통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며,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그들의 경험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인정해주는 따뜻한 시선입니다.
이 통찰은 저에게 과거의 상처에 대한 작은 치유를 주었고, 동시에 앞으로 고통받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소중한 지침이 되었습니다. 고통 속에 멈춰버린 그들의 시간을 함께 바라보고, 섣부른 해결책 대신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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