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과 말없는 위로

by 슈펭 Super Peng
내 작품

나는 사람 마음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표정 한 줄, 말끝 하나에도
생각이 훅, 마음이 쓱, 밀려들어온다.

누구는 말한다. “예민하네.”

나는 속으로 되묻는다.
“아니, 그냥... 너무 잘 알아버릴 뿐이야.”

오해인 적은 적었다.
내 감각은 날 배신한 적이 거의 없다.
그게 더 괴롭다.
차라리 틀리면 좋을 텐데,
맞는 감정은 내 안에서 오래 썩는다.

어쩌다 보니 나는
사람의 감정을 미리 알아채고,
눈치로 살아남고,
한 발 앞서 걱정하고,
두 발 뒤에서 무너진다.

이렇게 날카로운 감각은
붓이 되지 않으면 칼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붙잡아
화폭 위에 펼쳐본다.
말하지 못한 기색들,
버려진 눈빛들,
숨겨진 울음들,
조용한 분노와 고요한 다정함까지.

내 그림에는 색보다 감정이 먼저 묻어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이 그림, 왠지 마음이 찡하네요.”
나는 웃는다.

“그건 당신 안에 있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공감 피로(Empathic Fatigue): 타인의 감정을 너무 많이 수용해서 생기는 정서적 탈진.

HSP (Highly Sensitive Person): 감각·감정·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질.

과도한 사고(Rumination): "혹시 내가 이상한가?" 같은 자기 탐색이 지나치게 이어짐.


이건 기질일 수도 있지만, 환경이 만든 방어 기제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눈치 보며 자란 사람은
빠르게 타인의 감정 변화에 반응하게 훈련되었을 수 있어요.
생존을 위해서요.






말 없는 위로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by슈펭 Super PengJul 07.



세상이 날 밀어내는 날,
너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말도, 위로도 없이.
그게 네 방식인 걸 난 안다.

꼬리로 내 다리를 툭 치고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창밖을 바라보던 너.
창문 너머 햇살에 반쯤 감긴 눈,
가끔 나를 흘깃 보다가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졸기 시작하는 너.

나는 무너지는데,
너는 무심하게 숨을 고른다.
그 숨소리가 방 안에 퍼질 때마다
내 안의 파도가 조금씩 잦아든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너의 존재는 나를 살린다.
마치 말없이 문지방에 앉아 있는
한 문장 같은 것.
지우고 싶지 않은,
계속 곁에 있었으면 하는,
그런 문장.

가끔은 너처럼만 살고 싶다.
날카롭지만 부드럽고
혼자 있어도 고요하며
누군가에게는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는 존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