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을 설명하려 해도
니가 내가 되어 맘을 느끼는 방법 뿐인데
이 가사를 들어보신 분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인 드라마 궁의 ost,
'사랑인가요'라는 노래의 가사 중 한 소절입니다.
좋아하는 가사를 손꼽아보라면 많은 가사들이 떠오르지만 이 가사는 제 마음에 있던 어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일축해서 보여주는 듯해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구절입니다.
내 마음 속에 있지만 콕 찝어서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
누군가에게 표현을 하기에는 정리되지 않고 정돈되지 않아 꺼내기 힘든 것들,
하물며 정확하게 표현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저 전달만으로는 아쉬운 것들이 있지 않나요.
어떠한 낯선 곳에 가서 접한 풍경,
그 곳의 습도나 온도,
그 풍경 속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사진처럼 전송할 수 있다면
내 마음과 감정과 일축되지 않은 느낌들을 전달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합니다.
누군가에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내가 다시 펼쳐볼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요즘 참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를 정확히 전달하고 알릴 수 있을까 고민도 하면서요.
뭐든 도전해보고 부딪혀보자는 제 다짐 또한 열심히 실천해 온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거의 모든 행사에 참여하고, 눈 마주치는 이들에게는 먼저 인사를 건네며 하루가 끝나면 기진맥진한 상태로 잠에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베를린 트립을 간다고 해서 이 또한 참석했었는데 베를린을 몇 번 가기는 했었지만 누군가 기회를 준다면, 특히 학교에서 기회를 준다면
무조건 참여해서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다 느껴보자는 제 마음을 따라갔습니다.
교환학생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길거리의 수많은 외국인들이었을 이들을 친구라 부르며 대화를 나누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커다란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채
베를린을 다 같이 돌아다니는 경험 또한 이색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가고 싶은 장소가 생겨 몇몇 친구들과 함께 마우어파크로 향했습니다. 요즘은 베를린의 마우어 파크에서 빈티지 카메라를 사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빈티지 카메라를 구경하며 다른 사람들이 찍어놓은 여러 사진들을 찬찬히 넘겨봤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온 어떤 사람이 이 사진을 찍고, 또 사진을 찍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카메라에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만 남아있고,
저는 그 사진을 통해 사진을 찍은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그 사진은 단순한 사진으로 남지 않고,
한 사람의 생각과 느낌과 분위기를 담은 매개체가 됩니다.
저는 요즘 이런 소원이 있습니다.
사진과 같은 매개체에 내 감정도 녹여내고 싶다는 소원이요.
여기에 와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과 감정들을 사진첩에 녹여내고, 그 감정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진첩을 뒤지듯 다시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을 예로 들자면 이런 감각이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저는 이 낯선 지구 반대편에서 완전한 이방인이며, 모든 것이 낯설어야만 하는데 저는 꼭 이 곳이 제 집이된 것만 같습니다. 학교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마치 제 오랜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대한민국이 나의 집이었는데 독일 어느 낯선 마을이 제 집이 되다니요.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입니다.
낯선 풍경, 유럽의 거리, 식당, 카페, 마트, 친구들이하나 하나 어느새 제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원래부터 제 것이었던 듯 합니다.
때로는 정신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의 정리나
혹은 기록도 하지 못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만약 나중에 이 순간을 그리워한다면 무엇을 떠올려야 하지, 와 같은 걱정도 밀려들고는 합니다.
수많은 순간 속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과 감각들과 느낌들을 전부 이고 지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 저를 조금은 슬프게 만듭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에 충실했고, 제가 느끼는 감각들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겠죠.
베를린의 어느 카페에서도 참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나는 실재하고 있지만
그리고 이 순간 큰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기억과 추억이 퇴색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베를린의 한 카페에 실재하고 있었다는 것조차
희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먼 시간이 흘러서
예전에 내가 독일에 교환학생을 갔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저 카페에 앉아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겠죠.
인생은 한 번뿐이고 내 몸과 마음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
시간은 흘러가고 나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순간 순간에 그 누구보다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매 순간 순간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고,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슬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저는 또 다시 행복해질 사람이니까요.
지금의 감정을 똑같이 ctrl+c, ctrl+v 해서
저장할 수는 없더라도
매 순간 순간의 저는
새로운 감정과 감각을 발견하며 살아갈 테니까요.
그저 누리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