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껴안고 싶다는 다짐 하나로

캐리어 두 개를 이끌고 지구 반대편에 왔습니다.

by 강수아
세상을 껴안고 싶다는 다짐 하나로



저는 아주 두려움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어두운 방도, 새로운 친구와 사귀는 것도, 낯선 환경도 무서웠습니다.

무언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웠어요.

원체 감각이 예민하고 섬세해서 제 내면의 감각들을 표출해야만 자유로움을 느꼈고,

그래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라왔습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 흘렀고 어느덧 스물 세살이 되었지만

제 마음의 조각들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두렵고, 무섭고, 다치거나 깨질까봐 힘들었던 시간들.

그것들은 제가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을 무섭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나는 분명 더욱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는데도

더 많은 것을 누리고 경험해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새로운 것에 부딪히고 경험하고 이리저리 구르는 게 여전히 두려웠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제 외모와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서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외모라는 것은 동아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더러,

누구의 외모이든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에요.

또한 실력이라는 것은 누구나 처음에는 가꿔나가야 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image.png 항상 그때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또 선택을 포기한 정말 많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교회 청년부에서 해외 선교를 간다고 했고, 내심 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타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에

단지 그것 하나를 겪기 귀찮고 걱정된다는 마음에 결국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교환학생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가

제게 밥을 먹자며 먼저 제안을 해주었는데 혹시 내가 영어를 너무 못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미루고 미루다 결국 그 친구가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간 적도 있었고요.


성인이 되면 혼자 여행도 가보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도 나눠보고 싶었는데

하지 않아도 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들 아닐까, 라고 합리화를 하며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내가 경험하는 것과 방 안에 누워서 상상만 하는 것은 천지차이인데 말이에요.


그리고 저에게는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후회'라는 감정이요.

이 감정은 저를 오랫동안 갉아 먹었습니다.

해보지 않아도 괜찮겠지, 어차피 안 해도 다 아는 것들인데 뭐.

라는 안일함에 미루고 피하고 밀어 두었던 것들은 저를 갉아먹었습니다.

뭐든 엄마에게 물어보고, 허락받지 못하면 그것들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귀찮았어도 부딪혀보고 해보았던 것들에는 후회가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 경험이 저에게 무슨 의미로 남는지 온 몸으로 깨달았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더 이상의 '후회'를 남겨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불편하고, 귀찮고, 힘든 순간들을 미뤄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떠나고자 합니다.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저는 독일로 갑니다.

그 어떤 선택에도 후회를 남겨두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가지고 말입니다.

스물 셋이라는 나이를 찬란하게 충분하게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말입니다.


제 이름은 수아인데요.

부모님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짓기도 했지만,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와서 지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여호수아는 '용기'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하게 해내야 했던, 두려움보다 용기를 택했던 인물이었죠.

또 강하고 담대하라는 말씀을 믿고 본인의 능력을 멋지게 발휘했던 인물입니다.


저도 그 용기를 택하려 합니다.


KakaoTalk_20260323_041535043_18.jpg


내가 영어를 못하진 않을까, 혹여나 대화 중에 어색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그래도 친해지고자 하는 진심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제 자신을 믿고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 사이에 한데 섞여서 어우러지기도 하고


피부가 많이 타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우스워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다리가 아프지 않을까, 괜히 땀 흘리면서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보다는

한여름 대낮의 유럽의 태양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여유를 즐기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내가 길을 잃지는 않을까, 혹시나 몸이 피곤하고 지치고 씻고 싶진 않아질까 하는 걱정보다는

뚜벅뚜벅 걸어서 세상 속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느끼고 즐기는

순간 순간에 진심으로 임할 줄 아는 사람이 됨으로써,

한 톨의 후회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합니다.


하나 약속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정말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이거든요.

지켜봐 주실래요?



_ This is just a begi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