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비행기 취소됐어. 세 번이나.

내가 기다리던 위기는 기쁨으로 맞아지는 법

by 강수아


엄마, 나 비행기 취소됐어. 세 번이나.



저에게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환학생을 하는 출국 당일 아침, 비행기가 취소되었습니다.

출발 직전, 비행기가 또 취소되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이후, 환승 비행기가 다시 취소되었습니다.

총 비행기가 세 번 취소된 셈입니다.

알고보니 공교롭게도 제가 출국하는 당일에 베를린 공항이 파업을 했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고 동선이 여러 번 바뀌어

네덜란드에서 독일까지 기차로 가야 하는 상황임에도,제 기분은 이상하리만큼 침착하고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다소 머리 아프고, 저를 걱정할 가족들이 되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에요.

제 인생의 위기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제가 기다리고 있던 바여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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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곳에 도착한지 대략 2주가 넘었습니다.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고 아무것도 익숙하지 않던 나날들을 지나..

점점 이 곳이 나의 집같이 느껴집니다. 지구 반대편,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어느 하나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이 내 세계가 되어가는 과정이 즐겁기만 하고요. 위기라고 느껴지고 남에게는 불평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겐 한없이 즐겁기만 합니다. 스스로 겪고 싶었던 일들이기에 마냥 기다려지기만 하는 걸까요?


기숙사에 도착한 다음 날, 같은 학교에서 온 한국 친구를 만났습니다.


도착하는데 어떤 점이 힘들었다느니, 어떤 점이 실망이라느니, 기숙사의 이런 점이 별로라느니 등등 불만을 토로하는 같은 학교 친구의 푸념을 들어주며 계속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기분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저도 아마 그 친구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저는 진심으로 줄곧 그런 상황을 겪을 수 있음에, 그럼으로 인해 배울 수 있음에 감사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독일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독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을 겪으며, 제 스스로가 위기 속에서 더욱 침착하고 태연해지며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인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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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기 전에 그리고 일어나서 결심을 합니다.


이곳에서의 나는 어떤 일이든 겸허하게 대담하게 부딪혀 보는 사람이 되리라 하고 말입니다. 남들은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그것에 얽매여 있을 때, 나는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내게 주어진 상황들에 어쩌면 내게 예비되어 있는 길들에 겸허히 감사를 느끼고 싶다 하고 말입니다.


저도 그 친구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은 거냐고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


이곳 사람들은 신발을 집에서도 신기에 처음 도착했던 기숙사는 정말 더러웠고 특히 화장실도 더러웠습니다. 낯설고 불편했지만 내가 그만큼 열심히 청소하고, 더 나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1인실로 배정되었기에 열심히 청소를 하면 누가 어지를 일도 없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기숙사 냉장고가 오래되었는지 종종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만 서울에서 역 앞에 거주하며 늘 시끄러운 소리에 익숙했던 제겐 그저 자장가같기만 합니다. 어쩌면 적적한 방에 간간이 소음이 들리는 것은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방에 나타나는 벌레도 다 제가 잡아야 하고 행정 절차를 혼자 처리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생겨도 다 스스로 처리해야 하지만 어느 하나 어렵고 힘들다고 느낀 적 없습니다. 방에서 처음 보는 벌레가 나와도 묵묵하게 침착하게 얼른 잡고 다시 청소를 이어가며 내가 이렇게 벌레를 잘 잡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기숙사가 다소 적적하고, 트램으로 10분 이상 나가야 시내가 나오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지만 집에서 머무를 때는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었던 제게는 안성맞춤입니다. 트램도 기숙사 앞에 바로 위치해 있기에 게다가 제 방은 2층이기에 그냥 바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 얼마나 편리한가요. 주로 석사생들이 많이 거주하기에 파티도 자주 열리지 않고 조용한 기숙사 분위기에 그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꽤나 더러운 기숙사를 치우면서도

이런 저런 곤경에 처했던 여러 행정 처리를 하면서도

때때로는 내가 어느 독일의 작은 마을에 산다는 게 체감이 되면서도

단 한 순간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불만스럽다는 마음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내가 택해서,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곳에서 즐거움과 행복만을 하루하루 찾아가고 싶은 마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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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닙니다.

내가 열려 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자

세상도 내게 친절해진다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답니다.


무거운 캐리어 두 개를 끌고 가야 했는데 캐리어를 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차에 계시던 많은 분들이 열심히 제 캐리어를 들어서 짐칸에 옮겨주셨고, 나갈 때도 도움이 또 필요하냐며 흔쾌히 들어주셨습니다.


마트에서 한 손에 짐이 가득해 빵을 꺼내지 못하고 있으면 직원 분이 다가와 대신 꺼내주고 환한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길을 몰라 옆에 계시던 아저씨에게 물어보자 본인도 헤매던 참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셨고, 내려야 하는 역에서는 다시 저를 불러 알려주시기도 했고요. 기숙사에서 빨래를 돌리지 못해 헤매고 있자 어떤 이탈리아인 친구가 흔쾌히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위험하고, 무섭고, 두려울 것 같기만 하던 지구 반대편 작은 유럽 마을에서 오히려 나는 도움을 받고 친절을 받고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시 뭐든 부딪혀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구나,하고 다시금 느낍니다. 이들은 내게 관심이 없지만, 나를 낯설게 대하지도 않지만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자기 일처럼 선뜻 도와줍니다.


내게 어떤 많은 일들이 벌어질지,

내 인생이 얼마나 풍부해지고 다채로워질지도

결국은 내가 정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지금 지구 어디에 있든지

내가 어느 부분에 집중하고 어느 태도로 인생을 대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내가 우주를 열려고 애써야 우주도 나를 향해 움직이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들을 하나 하나 모으면서 미소 가득 안고 하루를 끝내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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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저의 매일 매일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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