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각자의 색깔이 담겨 있단 걸

by 강수아
어렸을 때 꿈이 뭐였나요?


다들 이 질문을 들으면 무슨 답을 떠올리시나요?


저는 이 질문을 들을 때면

어릴 때부터 명확하게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음에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

어릴 때의 전 꿈도 많고, 참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자라면서, 현실에 부딪히기도 하고

부딪히기 전에 지레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들도 많았죠.


그런데 저는 지금의 꿈을 물어본다고 해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할 때 재미와 흥미를 느끼면서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일단 불확실성에 팍 부딪혀본다는 게 참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의 20대 초반은 참으로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척척 잘 해내는,

대한민국 사회가 정의하는 탄탄대로의 삶을 이뤄내기 위해

스펙도 척척 잘 쌓고 누구한테나 인정받고 칭찬받는,

그런 제가 상상해왔던 멋진 20대 초반에 한참 못 미쳤던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3년간

저는 늘 스스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난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일까?


베를린 돔 앞의 전경


어느새 눈 떠보니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있는 요즘,

독일에 와서도 여전히 저는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나는 뭘 해야 할까,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어떤 길로 가야만 하는 걸까, 당장은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할까..

마음 내려놓고 순간 순간을 즐기고 싶은데도 불쑥 이런 생각들은 제 마음 속에 들어와 마치 이 순간을 즐기지 말라는 듯 저를 헤집습니다.


그렇게 또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세계 어디에 있든.. 내가 지금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나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나를 만들고,

그것이 결국 내 인생을 좌우하는구나 하는 것을요.


고민을 거듭해봐도 결론이 쉽게 내려지진 않습니다.

고민이 거듭되어도 제 상황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제 앞의 풍경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고 느낀 유럽의 풍경에서는

"자유"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직 많이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 도착한 지 어느새 거의 한 달이 되어가며 느낀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어디서든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듣고, 길에서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시고 빵을 먹습니다.


너무 자유로운 탓에 어린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고, 때로는 거리에서 역한 대마초 냄새가 풀풀 풍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대중교통 안에서도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풍경보다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 훨씬 많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길에서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아이들과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한데 어울려서 놀고,

햇살이 좋은 노천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며

좀처럼 제게는 없던 여유를 느끼고는 합니다.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

그걸 보는 사람 또한 자유로워지기 때문일까요?


이런 저런 고민으로 가득차 있던 저의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오는 듯, 환한 기운으로 가득차는 것 같습니다.


삶에는 각자의 색깔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 색깔이 한 가지의 색깔일수도,

여러 가지의 색깔이 섞여있는 형태일 수도 있겠죠.


베를린의 어느 광장 앞에 주저 앉아 트럼펫 연주 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도넛을 나눠먹으며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던 순간에는

제 삶의 색깔이 일순간 참 다채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두운 색만을 버텨오던 순간들이 있기에

이런 순간들이 올 때 이렇게 여러 가지 색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늘 제 자신이 부족하고 못미덥다고 자책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늘 꿈꿔오던 교환학생을 열심히 준비해서

이렇게 여러 감정들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많이 성장했다고도 느낍니다.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모두의 삶에 색깔이 있듯이,

저의 색깔도 어느샌가 수채화 물감이 스케치북에 번지듯

자연스럽게 세상 이곳 저곳에 스며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저에게 여러 색깔을 알려주었던 것처럼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었던 것도 많은

어렸을 때의 저를 찾아가서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넌 뭐든 될 수 있을 거야.

너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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