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순이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

어느 하나에 진심 아니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어.

by 강수아

아부지.. 마음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내 이름은 김삼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수도 있는 전설의 로코 드라마이다. 2005년 방영작으로, 이 드라마가 한참 방영 중일때에는 내가 2살이라는 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순이는 부정할 수 없는 내 최애 드라마다.


아마 여자 주인공 삼순이라는 캐릭터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할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아닌가.. 리즈 시절의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비주얼 때문도 있었으려나? 아니면 특유의 2000년대 여름 공기가 느껴지는 산뜻한 드라마의 분위기와 주옥 같은 ost, 사랑 아니면 죽고 못사는 특유의 스토리에 걸맞는 배우들의 열연 때문에 이렇게 이 드라마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삼순이라는 캐릭터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 왔었던, 또 정말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랄까.

꾸밈이 없고 솔직하고 어쩌면 꽤나 억척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이 캐릭터가 나는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고 그렇지만 어딘가 따뜻한 심성이 느껴지는,

말 그대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삼순이가 나는 정말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삼순이가 드라마 중간 중간마다 하던 독백들 ..

어렸을 땐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드라마 작가가 삼순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

그리고 세상을 지금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삼순이들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인 것만 같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삼식이 - 현빈 배우가 맡은 남자 주인공 역으로, 본명은 현진헌인데 삼순이가 냅다 마음대로 삼식이라고 불러버리면서 별명으로 굳어진다. 이런 드라마의 사소한 부분들이 참 귀여운 것 같다. - 때문에 한참 마음 고생 꽤나 하던 삼순이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앞에 떠올리며 하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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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아부지… 서른이 되면 안 그럴 줄 알았다.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구, 전화 기다리느라 밤샐 일두 없구,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또 누굴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너무 끔찍해 죽겠어. 아주.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


그냥 질끈 묶어 올린 머리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삼순이의 상황이, 말들이 왜 이렇게 와닿았는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상처 받는 일도 줄어들 줄 알았는데 무슨 일에든 마음이 딱딱해지지 않는 건 정말로 여전하다.


하지만 난 지금 삼순이한테 말해주고 싶다.

나는 삼순이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무뎌지고 딱딱해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삼순이처럼 사랑 하나에도 사람 하나에도 진심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무엇보다 어느 하나에 진심 아니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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