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로 보는 미국의 68세대

by 이러꿍

1960년대 후반, 세계의 청년들은 기존 사회에 저항하며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68혁명이라 불리는 이 청년들의 움직임은 파리 소르본 대학의 5월 학생 시위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Il est interdit d'interdire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라는 강렬한 슬로건으로 대표된 이 운동은 새로운 가치관과 체제의 도래를 갈망했던 각국의 청년들의 공감을 사며 미국, 멕시코 등 서구 뿐 아니라 일본과 같은 동양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68혁명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의 청년 세대들이 모인 다양한 곳에서 촉발된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사회 운동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복합적인 혁명이라는 측면과 연관해, 68혁명에 대해서는 상당히 상반된 의견들이 혼재한다. 먼저, 이 운동을 실패한 혁명이라 비판하는 이들은 68혁명이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기존의 정치 체제로 다시 돌아감으로써 권력 체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당시 혁명에서 주장한 급진적인 내용들로부터 비롯된 무질서가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는 68혁명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이후 전 세계의 사회, 문화적 변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특히, 후자의 관점과 관련해 이후 진보적 사회운동의 모델을 제시한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베트남전 반전운동'이 거론된다. 베트남전 반전운동은 미디어의 발달을 바탕으로 미국 청년 세대가 대항문화와 결합하고 국제적 연대를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1960년대 미국 사회를 조망하며, 베트남 전쟁과 히피 문화 등 미국의 68혁명의 상징적인 사건들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어수룩한 ‘포레스트 검프’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혼란과 변혁의 시기였던 196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비춘다. 이 작품은 단순한 한 인물의 성장기를 넘어, 1960년대 미국의 반전 운동으로 대표되는 중요한 문화적 사건들을 포레스트의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1960년대의 미국은 다양한 사회, 문화, 정치적 변화로 인해 여러 갈등이 충돌하던 시기였다. 특히, 베트남 전쟁은 미국 내에서 68혁명 시위 주동자들을 모이게 한 주요한 원인이 되었으며, 당시 미국의 청년 세대는 베트남 전쟁으로 희생된 무고한 이들에 대한 분노심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여러 방식으로 표출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포레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매개 중 하나는 바로 ‘달리기’이다. 포레스트가 달리는 모습은 그의 유년기부터 영화의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포레스트가 달리는 동안, 그의 여정 옆으로 지나가는 사건들은 혼란스러운 60년대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우드스탁 페스티벌, 블랙 팬서당의 등장 등 1960년대 미국 사회가 겪었던 정치, 사회적 격변들은 포레스트라는 순수한 관찰자의 시선을 거쳐서 관객에게 전달된다. 영화는 포레스트라는 인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관객이 그의 시선을 통해 여러 굵직한 사회적 사건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영화는 ‘포레스트’와 ‘제니’ 두 인물을 통해 미국의 68혁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요소인 ‘베트남 전쟁’과 ‘히피’에 대해 다룬다. 먼저, 베트남 전쟁은 영화 속에서 포레스트의 우연적인 군 복무 장면을 통해 비춰진다. 이 장면들은 당시 전쟁의 참혹함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를 뒤흔든 반전 시위와 이를 주도한 젊은 청년 세대들의 모습과 연결된다.

포레스트는 베트남 전쟁에서의 활약으로 훈장을 받고, 이 과정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로 광장에 모인 반전 시위 주동자들 가운데서 히피가 된 제니를 마주한다. 영화는 제니의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과 판탈롱 바지, 꽃 무늬 등의 히피 패션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사고를 지녔던 기성 세대의 멀끔한 모습과 대규모로 시위에 나선 히피 공동체인 청년 세대의 겉모습에서의 대비를 부각시킨다. 히피 문화는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우즈로 대표되는 비트-제너레이션의 영향을 받았으며, 히피와 비트-제너레이션의 이념은 모두 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나타난 근대 문명에 대한 반감에 기저를 두고 있다. 이전까지 인류는 새로 발견해 낸 과학과 이성의 합리성이 인류를 발전시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바로 이 근대 문명이 전쟁을 야기한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비트-제너레이션의 모습은 2013년 개봉한 존 크로키다스 감독의 <킬 유어 달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앨런 긴즈버그와 루시엔 카는 기존의 질서에 반항하는 이들의 무리에 함께 하며 현대의 산업 사회를 부정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함께 한밤중의 도서관에 들어가 금서를 훔쳐 사회 체제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책의 내용을 읊는 데에서 이들의 저항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기존 체제에 대한 반항감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히피 문화는 미국에서 일어난 68혁명으로 대표되는 60년대의 반문화 운동의 중심이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제니’ 라는 인물이 속해 있는 미국의 68세대, 히피 문화를 통해 당시 젊은 세대가 보수적인 질서에 저항하고 새로운 흐름을 추구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주인공 포레스트가 사랑하는 인물인 제니를 히피 공동체 즉, 청년의 반문화를 이끄는 집단의 중심에 세운다. 관객들은 두 인물의 서사를 통해 히피 공동체로 대표되는 미국의 68세대의 모습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 제니라는 인물은 자유를 갈망함과 동시에 사회적 혼란 속에서 방황하는 세대의 모습을 시사한다. 히피 공동체들은 마약과 성에서도 완전한 자유를 추구했으며, 이는 방탕한 모습들로 비춰지기도 한다. 알몸으로 기타를 치고, 마약을 스스럼 없이 즐기는 제니의 모습으로 대표되는 히피 공동체의 표현은 <포레스트 검프>가 당시 청년 세대들의 해방 운동을 부정적으로 재현하는 보수적인 영화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제니의 서사가 오히려 사회에 대한 풍자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제니는 죄 없는 청년들이 생전 접하지도 못했던 곳에 떨어져 마찬가지로 무고한 이들을 죽여야하는, 참혹한 전쟁을 그만둘 것을 외쳤고, 부조리 속에서 끊임없이 세상이 바뀌어야 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순응적인 삶을 산 포레스트와 달리 그녀는 불행했다.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그녀는 나신으로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관객들에게 희롱을 당한다. 그녀는 마약에 빠진 채 살아야 했고, 그들의 우상이 암살 당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아야 한 미국의 68세대를 대표한다. 행복을 찾기 위해 조금 더 괜찮고, 조금 더 발전한 사회를 외쳤지만 나아지지 않는 그녀의 삶은 ‘68혁명’ 이라는 복잡한 사회 현상의 이중성을 떠오르게 한다. 사회에 굴복하지 않는 청년들은 행복할 수 없었던 것일까?


또한, <포레스트 검프>는 청년 세대의 반항 정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를 활용해 혼란스런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재현해낸다. 당시 청년 시대의 감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영화에 표현되는 이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레논이다. 이 두 아티스트는 당시 미국의 청년 세대를 대변하며, 관객은 영화에 나타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1950-60년대 미국의 분위기를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포레스트는 어린 시절 엘비스를 TV를 통해 접하고, 나중에 그에게 춤에 대한 영감을 주게 된다. 이러한 장면은 영화가 포레스트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1950년대, 로큰롤의 황제라고도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는 파격적인 춤과 컨셉을 통해 미국의 청년 세대의 반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그의 춤은 성적 자유와 기존 사회의 질서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이러한 청년의 자유와 개성을 대변하는 엘비스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68혁명을 통해 히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에도 이미 미국 사회 전반에 존재했던 저항적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68혁명을 주도했던 미국의 청년 세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존 레논 또한 영화에서 포레스트와 만났던 예술가 중 하나이다. 존 레논은 토크쇼에서 포레스트와 그의 대표 작품인 ‘Imagine’을 연상케 하는 대화를 나누며, 반전주의적 이념을 시사한다. 존 레논의 대표곡인 ‘Imagine’은 당시 반전주의를 지지하며 청년들의 반문화를 이끌었던 그의 이념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Imagine there’s no countries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봐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모든 사람이 평화 속에서 살아간다고 상상해 봐요)’

위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듯, 존 레논은 ‘Imagine’을 통해 평화에 대한 열망과 기존 미국의 체제에 대한 회의감을 곡에 녹여냈고, 당시 베트남 전쟁으로 대표된 청년 세대의 전쟁에 대한 불만을 곡의 가사에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음악을 통해 무정부주의와 반전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제시했으며, 그렇기에 반전 운동과 히피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포레스트 검프>는 당시의 저항 정신을 대표한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레논의 사례를 영화에 담음으로써 관객들이 60년대 후반, 미국의 청년 세대가 자유와 이상을 추구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이렇듯, 주인공 '포레스트'의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 미국의 역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서술해간다. 이 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 이야기라기 보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사회가 겪은 혼란과 변화를 다층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는 포레스트라는 독특한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베트남 전쟁과 히피 문화 등의 핵심 요소를 통해 68혁명의 정신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돌아본다. 특히, 자유를 갈망하던 청년들의 모습은 혁명의 혼란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적응했는지를 보여준다. <포레스트 검프>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68혁명이 남긴 흔적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외침을 어떤 방식으로 안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되새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