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아들이 입대했다.
영하 15도의 날씨에 강원도 산골짜기,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으로. 오만가지의 감정이 뒤죽박죽 된 채로 배웅에 나섰다.
가는 길에 이른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주변의 공기는 어색하기만 하다. 이미 30분 전에 도착하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연신 쉬지 않고 손주의 안위를 걱정하며 가지고 갈 수도 없는 물품들을 바리바리 싸 오셨다.
말없이 한번 안아본다. 목석처럼 가만히 서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겨드랑이 근처까지는 양손이 마중 나왔다. 이제는 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봐야 될 정도로 커버린 아들 녀석이 처음으로 어른처럼 느껴졌다. 제일 먼저 앞장서서 조교를 따라나선다. 멀리서도 잘 보일 정도로 무리에서 머리통 하나가 더 올라와 있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연병장에 도열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요즘은 훈련소에서도 주말이 되면 개인 핸드폰을 사용하게 해준다고 한다. 흡사 당나라 군대 느낌이다.
일주일 만에 길게 보내놨던 문자에 한 줄 답장이 왔다.
'엄마랑 통화했어'
그래. 그럼 되었다. 한 달 뒤 퇴소 식 땐 답장이 두 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떠나면서 이제 나에게도 방이 생기고 책상이 생겼다. 퇴근 후에 제대로 앉아서 먹을 수도 있다. 삶의 질이 조금 향상됐다. 책상이 생기니까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누워있지만 말고, 책을 읽던 하다못해 드라마를 보더라도 앉아서 봐야겠다.
아들이 물려준 공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