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의 먹구름은 걷히고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다

by 고요한 방

하늘 가득 드리웠던 원망의 먹구름을 걷어냈다.

푸른 하늘 아래 반짝이는 햇살이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스친다.



당분간, 거리두기


거리두기는 코로나 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나는 몰랐다.

내 마음이 이토록 더럽혀져 있을 줄은.

이토록 지쳐 있을 줄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보였다.

아, 나는 정말 많이 걷어내야 했구나.

마치 태안 기름유출 사고처럼

검고 끈적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마음속 깊은 곳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그 찌꺼기들을 걷어내고 싶어 안간힘을 썼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 주변이 보인다


오직 나만을 바라보던 이기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토록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시던

‘해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해.’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무언가를 베풀 수 있다는 것.

그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비좁던 내 마음에

넓은 공간을 열어주는 아이.


어쩌면 내 아이는

나보다 더 큰 어른일지도 모른다.


나이는 숫자일 뿐,

사람은 겪고, 배우고, 느끼는 만큼 성장한다.



8살 어른, 나의 아이


어느 날, 아이에게 물었다.

“아가, 너는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니?”


아이는 말했다.

“응, 나는 지금 참고 견디면 더 큰 기쁨이 올 거라고 믿어.

그리고 이런 시간이 있어야 더 멋진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나는 힘들면 우는 ‘어른아이’였고,

내 아이는 힘들면 견뎌내는 ‘진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 아이는 아직 8살.

때론 장난꾸러기이고, 아침엔 늦장도 피우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마음과 깊은 생각이 있었다.



아이를 믿어준다는 것


하루는 친구와의 다툼을 이야기하던 아이에게

“엄마가 도와줄까?” 했더니,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엄마는 그냥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자~’만 해줘. 그거면 돼.”


나는 믿어주기로 했다.

그래야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고 이겨내는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날 아이는 말했다.

“엄마, 고마워. 잘했어.”


그 짧은 한 마디가

하루 종일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덥혔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


나는 그동안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었을까.

호르몬 때문일까, 우울증? 조울증?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많은 감정을 새롭게 느끼고 배웠다.


하지만 힘들 때면

늘 떠오르던 건,

내 부모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가였다.


서운함, 외로움, 서러움.

그 감정에 빠져 스스로를 더 괴롭혔던 것 같다.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

나를 좀먹는 감정 대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게 더 아름답지 않을까.

우울에 잠식되기보다,

삶을 사랑하고,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



고마운 일상, 따뜻한 하루


오늘 아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 반찬 해줘!”


콩나물무침, 시금치두부범벅, 오이무침, 연근조림,

소고기장조림, 베이컨구이, 궁채나물…


입맛 까다로운 요즘 아이답지 않게

야채를 좋아해주는 모습에 나는 적잖이 감동했고, 감사했다.



나는 오늘,

글을 쓰고

골프 연습장을 알아보고

차를 청소하고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고

아이를 태우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공부를 하고

간식을 챙기고

저녁을 차리고

구몬을 시키고

남편 저녁까지 챙길 예정이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고,

가끔은 벅찬 하루가

나는 참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보낸 하루는

그다음 날까지 우울함을 끌고 오니까.


나는 다짐한다.

그렇게 낭비하지 않겠다고.

오늘 하루, 충만하게 살아내겠다고.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나는 오늘,

움직일 것이다.

살아갈 것이다.

감사하며, 충만하게.

내 하루를, 내 삶을.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이 글은

우울증과 조울증으로

쉽게 일어나기 힘든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음이다.


‘힘내’, ‘괜찮아’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들었을 때 버거운 말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내가 견뎌낸 과정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다.


당신의 고통을 다 알 순 없지만

알려고 노력할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힘들면 제게 털어놔도 돼요.

그저 아무 말 없이 들어줄게요.


그동안 정말 많이 수고했어요.

정말, 많이 고생했어요.


지금은 쉬어도 괜찮아요.

쉬엄쉬엄 해요.


우리, 손잡아 봐요.

서로를 안아줘요.

그리고, 함께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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