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통화

그 단순함에 담긴 서운함에 대하여

by 고요한 방

짧디 짧은 통화를 했다.
형식적인 말 몇 마디, 그 안에 숨겨진 감정들은 너무도 선명했다.
목소리는 단조롭고 차분했지만, 말투에서는 온갖 방어기제가 느껴졌다.

내가 상처받았는데,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상처받은 것처럼 군다.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늘 내가 가해자인 양 대우받는다.
서운하고, 억울하고, 결국은 또 내가 조용히 삼켜야 하는 마음들.

보험료 이야기 하나에도 분노가 치민다.
분명히 그들이 내야 할 돈인데, 마치 내 몫인 것처럼 말한다.
“그거 네가 모아서 내는 거니까 잘 챙겨둬.”
그 말 한 마디에 참았던 서운함이 터져버린다.

차라리 모든 걸 정리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 기생하듯, 나를 자꾸 이용하려 드는 모습에
내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자식을 낳아놓고, 끝까지 경쟁자로 여기는 그 시선.
엄마라는 사람, 나를 사랑해준 사람의 얼굴을 한 채
날 비교하고 판단하는 그 태도 앞에 나는 지쳐간다.

"어, 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전화하지 말걸.
내가 또 내 마음을 내주었구나.

나는 도구가 아니다.
나는 기생당할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피해의식에 맞춰 춤출 의무도 없다.

오늘도 나는 상처를 받는다.
작은 통화 하나로도, 하루가 무너진다.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다음부터는,
내 마음을 먼저 생각하자.
나 자신부터 지키자.
다시 상처 입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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