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속에 갇힌 소녀

존재조차 유별나다고 불리던 아이의 고백

by 고요한 방

비를 맞고 서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조용히, 조용히 눈물만 흘린다.
속으로 삼킨 울음이 목을 타고 가슴을 막고, 이미 마음은 얼어붙어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그녀가 갇혀 있는 곳은 감옥 같았다.
방 안엔 끊임없는 담배 연기가 스며들고, 창문을 열어도, 방문을 열어도 숨 쉴 틈이 없었다.
숨을 쉴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서,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외쳤다.
“제발 신선한 공기를 주세요. 제발 살게 해주세요.”

그러나 돌아오는 건
“귀가 안 들려. 티비 소리 줄이지 못해.”
“공부도 못하면서 왜 유별을 떠느냐.”

그런 말이었다.
감정을 감추고 눈물을 닦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책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어릴 적 나는 겁이 많았다.
그래서 더 조용히, 더 착하게 굴었다.
새벽 3시에 불려나가 음악을 고르고 CD를 구워오라는 지시에
인상 한 번 찌푸리지 못하고 다소곳이 웃어야 했다.
중학생이었고 고등학생이었다.
잠도 부족한 아이가, 그 새벽에 아빠의 명령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 모든 기억이, 지금도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갑작스러운 여행,
멀미가 심한 내게 담배연기 가득한 차안에서 창문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유별을 떠는구나.”
그 말이 따라왔다.

차만 타면 멀미를 한다는 말에
“씨발 재수 없게”라는 욕이 돌아왔고,
눈물은 삼키는 것이 되었다.

나는 유별난 아이였다.
소리에 민감해서 이어플러그를 수년간 착용했고,
결국 귀에 이상이 생겼다.
신혼여행 비행기에서 고통스러워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은 “그만 좀 하라”고 했다.
그 날, 아버지와 남편의 얼굴이 겹쳐졌다.

내 과거를 모르는 사람은
나의 서러움을 알지 못한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니,
“왜 그렇게 피해의식이 많냐”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이 가슴 안엔
버림받은 감정,
존재 자체가 거추장스러웠던 순간들,
숨 쉴 수 없었던 방과 차 안의 기억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나는 지금도 심장이 떨리고, 숨이 가쁘다.
죽고 싶다는 말이 입 끝에 맴돌지만,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이 글은 “유별난 아이”로 자라난 한 사람의 고백입니다.
그 고백은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눈물 흘리고 있을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말하지 못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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