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으로 죄인 만들기

“니가 뭔데”

by 고요한 방

나는 죄인이 아니다.
상처받고 힘들어할 수는 있어도, 죄인은 아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늘 나를 죄인으로 만든다.
내가 아프고 힘들어 거리를 두면,
그들은 그걸 이유 삼아 “너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매도했다.
“부모가 어떻게 키웠는데 너만 살려고 하느냐.”
그 한마디로 나는 매장되었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는 천재도 바보가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무기력해졌고, 결국 바보가 되었지만
남은 건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이었다.

그들은 늘 똘똘 뭉쳐 나를 외롭게 했다.
나는 괜찮아졌다고, 다 지나갔다고 믿었지만
아니었다.
다시 곪아오고,
다시 속이 아프고,
다시 힘들어졌다.

왜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걸까.
연락하지 말아야지, 또 거리를 두어야지.
그들의 말투, 태도, 기운이
나를 옥죄고 지치게 만든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아이가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하지만,
가끔 들려오는 심드렁한 말투,
존중 없는 태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순간마다
내 안의 필름은 끊어진다.

나는 정말 사랑하고 아꼈던 동생에게서조차
건방지고 무심한 태도를 느꼈다.
내 아들을 낮춰보고,
내 남편을 얕잡아보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 태도는 집안의 오래된 습관처럼 굳어 있었다.
큰아버지, 아버지, 동생까지 —
심드렁하고 무례한 말투가 대물림되었다.
나는 그게 너무 지겹고, 역겹다.

나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나를 죄인으로 몰아간다.
내가 아프다 말하면, “우리도 아프다”라며 치부해버린다.
나의 아픔은 대수롭지 않게 되고,
그들의 아픔만 인정받는다.

얼마 전, 시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저런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 집에는 딸이 있어도,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떤 집에서는 딸이 축복이 되는데,
왜 우리 집에서는 죄인이 되어야 하는 걸까.
아들밖에 모르는 자부심에 갇혀
나는 끝내 이해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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