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했던 그날의 이야기,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by 갑자기 작가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세계 1차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벌어진 참호전을 배경으로한 작품이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릴스를 내리다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고 작품상 킬러인 나는 이 영화가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말을 보고 바로 보기로 결심하였다.

영화의 시작, 독일의 청년 파울과 그 친구들은 독일 제국의 참전 독려 연설을 듣고 입대 지원서를 들고 입대 신청을 하게 된다. 부모님들은 모두 반대하였지만 국가를 위해 한몸 바친다는 낭만적인 연설에 피끓는 파울과 그 친구들은 서로 지원서를 대신 써주기까지 하며 지원 신청을 하게된다. 전선으로 가기 전 군복을 갈아입으며 천진하게 대화하는 친구들은 아마 자신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하나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로지 총성과 비명만이 들려오는 참혹한 그곳을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전선을 향해 행군하며 시시각각 분위기가 바뀐다. 부상병들이 지나가고 어두운 표정으로 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병사들이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는 나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참호에 도착했고 그때부터 지옥같은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적군의 포격이 시작되고 파울의 친구중 한 명은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울부짖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적군의 포격은 참호를 뒤엎었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던 친구는 폭격이 뒤엎은 흙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극이 전개되며 희망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전쟁의 참혹함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저 수백명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숨고 전진 숨고 전진을 반복하던 참호전은 정말 희망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잔혹했다. 상대방의 참호로 쳐들어가다 파울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는데 그는 당장에 살기 위해 앞의 병사를 쓰러뜨리고 칼로 찔렀지만 그가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울먹이며 그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 한다.


참호에서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동안 영화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하는 지도자 층과 따듯한 방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고 있는 장군의 모습을 비춰준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인 고위층들은 안전한 곳에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은 전장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대비되고 점점 피폐해지는 파울과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장군의 모습을 번갈아 볼때마다 전쟁에 대한 무서움과 욕심많은 지도층에 대한 경멸이 솟아났다. 이것이 진짜 전쟁이다. 국가를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숭고한 희생, 그런건 없었다.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따위는 없다.


모두 꿈이 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파울과 그 친구들은 모두 전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죽어나간다. 그 외에도 화염 방사기의 화염에 절규하며 죽어가는 군인, 참호 위를 밟고 다니는 전차에 깔려 죽는 병사들, 그리고 의무실에 누워 천천히 죽어가는 병사들까지. 전쟁은 결코 장난스러운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주고있었다. 전장에서 만나 같이 살아남던 믿음직한 카친스키 상병은 적국 농가의 주민에게 살해당한다. 집에 돌아갈것을 기대하며 복귀하는 중이었다.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다. 파울은 종전협정이 끝난후 협정 발효시점을 한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때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야한다는 장군의 명령에 터덜터덜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어가고 칼에 몸을 관통당해 죽는다.

죽어가는 파울을 앞에있던 적군 병사가 측은하게 바라보다 돌아가 버린다. 처음 사람을 죽인 그날, 그가 보였던 눈빛과 같았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나선 끓어오르던 청춘은 냉혹한 전쟁터에서 차갑게 식었다.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난 말이 있다. 미국의 제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의 말이다.

"전쟁은 늙은이들이 일으키고, 피는 젊은이들이 흘린다."

나도 지금까지 생각해보지못한 전쟁의 잔혹함을 이영화를 보며 뼈저리게 느꼈다. 글로써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절규와 총성의 반복 그 안에서 점점 피폐해져가는 군인들, 결국 사람이 죽는 것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적응의 모습까지, 이것은 낭만적인 희생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전쟁은 벌어져선 안된다.

세상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옳지 않다. 꼭 사라져야 할 문제이다.

이 영화는 내용을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의 차이가 크다. 스토리를 위해 보는 영화가 아니다.

꼭 한번쯤은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서부 전선 이상없다>, 영제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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