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NG 한다는 것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하여

by Karma


오전 7시 30분,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악질 하이트 진로를 깨부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영세업자들의 마음을~~”


어김없이 오늘도 창 밖의 시위 소리가 나를 깨운다.


3개월 전, 나는 국회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서른을 맞이하여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고 진정한 독립을 해보고 싶었던 것.


서른이라는 나이는 참 이상하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지는 꽤 됐지만, 만 서른이라는 것은 이제 정말로 세상의 빛을 본 지 30년이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물 초반에 이 나이대를 생각하면, 서른 즈음의 나는 멋진 스포츠카를 몰며 돈을 벌면 원 없이 여행을 다니는 어른이었다. 친구들과 크루즈를 빌려 생일파티를 하는 상상까지 했다고 쓴다면 너무 부끄럽지만, 실제로 그런 상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저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직장을 가고, 야근에 치여가며 일을 하고, 몇 년이 된 운동화를 신고 집 앞 공원을 뛰며, 가끔 보는 친구들과 소소한 브런치를 먹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지금의 나에게 몇 십 년 뒤를 상상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내 옆에 누가 있을까였다. 그리고 그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보낼까,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 일은 나에게 보람이 있을까? 건강을 챙기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문득 깨달았다. 나는 많이 바뀌었구나.

주로 내가 가진 것, 내가 누릴 것에 집중하던 20대 초반과 달리,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런 내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어떤 이가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젊은 게 좋지. 하루하루가 늙는 게 무서워.”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 한계, 그에 따른 실현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버렸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좋아. 난 나이 먹는 게 적성에 맞나 봐. “


정말로, 나는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1년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던 것이 실현이 되는 순간, 그리고 실현이 되지 않는 순간들을 겪으며 한층 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고뇌하고 눈물을 흘리고, 찰나의 순간에 기뻐하고 그 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경험이 쌓일수록 공감대가 넓어지고 폭넓은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내가 좋다.


주말 아침 7시 30분에 시작되는 창밖의 시위소리.

높은 데시벨의 소음이 소중한 아침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닝콜’로 나는 아침에 운동을 시작하고 전날 저녁에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인다.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주말인데 새벽부터 난리라고 짜증을 냈겠지만, 어쩐지 요즘은 저 소리가 더 규칙적인 나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 고맙다. 그리고 저분의 고민거리가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타인에게, 세상에게 관대해지고

좋은 것은 좋게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요즘,


나는 이런 내가 썩 마음에 든다.

나이가 드는 건 참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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