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려놓고 비우는 연습을 합니다

by 호수

젊은 시절에는 늘 채우기 바빴습니다. 더 많은 옷, 더 좋은 집, 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자녀 교육과 가정살림을 챙기느라 제 마음은 늘 빡빡하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독립해 나간 뒤, 남은 건 고요한 집과 낯선 여백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인생 후반전은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고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예전에는 가족의 기대와 사회의 시선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편안한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느라 놓쳐버린 제 마음의 소리를 이제야 듣기 시작한 셈입니다. 이 단순한 태도 변화가 삶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면서도 같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오랫동안 쌓아둔 물건을 하나씩 비우는 과정은, 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과정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버리기 아까워 붙잡았던 것들이 사실은 제 발목을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운 자리에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고, 그 공간에 제가 웃을 수 있는 작은 취미와 여유가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인정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비교하지 않고, 지금의 속도로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를 감사히 바라보니, 작은 일에도 행복이 쉽게 찾아왔습니다. 늦은 오후 햇살, 따뜻한 차 한 잔, 가벼운 산책조차도 인생을 단단히 채워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 전반전은 ‘얻는 법’을 배우는 시기였다면, 후반전은 ‘놓는 법’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놓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공간이 생깁니다. 그 안에서 저는 다시 꿈꾸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습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삶도 무언가로 가득 차 있지 않나요? 조금만 비워보세요. 비워야 새 바람이 들어오고, 그 바람이 또 다른 내일을 열어줄 것입니다. 저 역시 비우며 배우는 중이고, 그 길 위에서 매일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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