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게는 재능보단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이라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당장 본인이 생각하기에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열댓 명 정도 떠올려보자.
그리고 생각해 보자.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재능과 노력 없이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있는지.
성공의 공식이라도 있는 걸까. 우연한 계기로 본인의 재능을 알게 되고,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어쩌면 틀에 박힌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존경하고 너도나도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한다.
재능과 노력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영역이라 내가 재능이 있는지 노력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두 가지는 모두 성공의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하나
재능과 노력 중 어떤 부분이 성공에 있어서 더 중요할까?
재능이 있으면 노력을 안 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
재능이 없으면 노력을 해도 성공할 수가 없을까?혹은 재능과 노력이 두 가지가 다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을까?
재능이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손에 쥐고 있는 능력이다.
재능은 효율 좋은 CPU와도 같아서 남들이 하나를 깨우칠 시간에 열을 깨우치고, 열을 깨우칠 시간에 백을 깨우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재능은 황금과도 같아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고 칭찬하며 동시에 갈망한다.
나도 머리가 좋았으면, 나도 노래를 잘 불렀으면, 나도 외모가 수려했으면, 나도 게임을 잘했으면, 나도 운동을 잘했으면, 나도 그림을 잘 그렸으면
우리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먼치킨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와 만화에 빠져들고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희열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반대로 노력은 어떠한가
나도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공부할 수 있었으면, 목이 쉬도록 노래를 연습할 수 있었으면, 근육이 찢어지도록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굳은살이 배기도록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상상만으로도 설레고, 금빛과 옥빛이 가득했던 '재능'과는 정반대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는가
생각만으로도 답답하고, 회색빛이 가득하며 왠지 모르게 땀 냄새가 날것만 같다.
잠을 잘 시간에, 게임을 할 시간에, 술을 마실 시간에, 유튜브를 볼 시간에도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누구나 뛰어난 재능은 수많은 값을 치르더라도 사고 싶어 하겠지만 억만금을 줄 테니 평생을 노력에 파묻혀 살라고 한다면 선뜻 승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처럼 분명 재능과 노력은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들이지만 각각에 대한 이미지는 대척점에 있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가 소위 '가성비' 좋은 삶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뜻으로 싸게 주고 산 물건이 성능이 좋을 때 우리는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성능이 안 좋을 경우 가성비가 안 좋다는 의미이다.
이걸 우리 인생에 대입해 보면 돈은 노력으로, 물건의 성능은 노력의 결과이다.
노력을 많이 해서 결과가 안 좋으면 가성비가 안 좋은 삶
노력을 적게 했는데 결과가 좋으면 가성비가 좋은 삶
자본주의의 여파로 인해 우리의 삶도 같은 공식이 적용되는 걸까
아니 자본주의를 논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덜 일하고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시험기간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하나 예시로 들어보자.
시험 전날 핫식스와 커피를 벗 삼아 밤새도록 치열하게 공부를 한 의대생이 있다.
씻을 시간조차 아끼느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온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에버랜드가 되어버린 시험장. 여기저기 푸바오 러바오 아이바오가 앉아있다. 졸음과 사투를 버리느라 초점이 반은 나가있고 눈두덩이 까맣다. 누가 봐도 공부를 열심히 한 몰폴로지 이지만 아무도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은 없단다.
'아 공부 진짜 안 했어. 시험 망할 거 같아'
이 모순적인 행동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있다.
만일 시험을 망쳤을 경우 '나는 공부를 많이 안 했기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라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외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즉 쪽팔리지 않을 수 있다.
시험을 잘 치렀을 경우 '나는 조금밖에 노력하지 않았는데 시험을 잘 보았으니 머리가 좋다'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가 있다.
어떤 이유가 더 큰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에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창피함을 느끼고, 은연중에 스스로 머리가 좋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한다.
재능이 있고 싶어 하고 재능이 없는걸 부끄러워한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모른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가성비가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 거진 30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부족한 재능은 노력으로 메꿀 수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아니, 오히려 본인이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은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꾼 사람들에게 호의적이고 그들에게 열광한다.
물론 뛰어난 재능으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멋있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부족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노력으로 그들만큼의 성취를 손에 쥔 사람들은 그 이상의 감정을 일으킨다.
이태원클라스의 박새로이가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태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낭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노력하는 재능이 부족해서 당신들 만큼 할 수 없다고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노력마저 재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면 오히려 거꾸로 묻고 싶다.
그렇다면 인생을 바꾸기 위해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게 과연 뭐가 남느냐고
적어도 나는 노력으로 스스로가 본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상 인턴생활에서 필요한 건 뛰어난 머리가 아니라 우직한 노력이다.
물론 인턴생활에서 일머리는 꼭 필요하다.
공부머리와 일머리 다르고, 일머리와 열심히 하는 건 다르다고 하지만 일머리는 공부머리보다는 노력에 가깝다.
그래 좋은 인턴이 되기 위해서는 재능보다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밥도 못 먹고 일하는 데에 뛰어난 머리가 필요하지는 않다.
동맥혈 채혈을 하는데, 비위관 삽관을 하는데, 드레싱을 하는데 좋은 머리가 필요하지는 않다.
'나는 열심히 하는 재능이 부족하니까 적당히 해야겠다'라고 미리 풀이 꺾이지 말자.
본인의 재능이 부족해도, 부족하지 않은 노력을 곁들이면 된다.
인턴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예비 인턴 선생님들
그저 하루하루를 노력으로 가득 채우면 된다. 그리고 그런 날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계속 반복되면 된다. 재능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인생 운빨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