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이런 것도 써야 하나요?
다음으로는 프롤로그와 작가 소개를 작성할 차례이다. '프롤로그(Prologue)'란 이어서 진행될 본 편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상징하거나 작품의 내용이나 의도에 대한 작가의 말을 전하는 공간이다. 즉 독자들은 프롤로그를 통해 본문을 읽기 전, 작가가 이 책을 왜 썼는지, 어떤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 그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왜 나의 인턴 생활을 기록하기 시작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곳에 담긴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데에는 언라이팅 작가님의 <낙향문사전>이라는 소설의 영향이 컸다. 2년 전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무협지에 빠져들었고 유명한 무협지들을 모조리 섭렵하기 시작했다. 소림이 주인공인 무협지, 남궁 세가가 주인공인 무협지, 화산이 주인공인 무협지, 그리고 마교가 주인공인 무협지까지 주인공이 정파든 사파든 마교든 상관없이 재미있는 무협지란 무협지는 죄다 읽었다. 나는 지금도 일정한 양을 정해두고 매일 무협지를 읽을 만큼 무림세계에 푹 빠져있는 일명 '무림덕후'이다.
그러다 접한 <낙향문사전>이라는 작품은 내 인생을 바꿀 만큼의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주인공 '손빈'의 대사였던 '아무도 모르면 없던 일이 된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잊히고 묻히는 법이다'라는 대사. 나는 새내기 의사로서 사회에 내딛는 나의 첫걸음과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시행착오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랐다. 또한 나와 같은 경험을 했던 막내의사인 전국의 인턴들, 먼저 이 길을 걸어갔던 수많은 선배님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후배들이 나의 기록을 읽고 추억하고, 공감하고 상상하기를 바랐다. 이런 나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기록한 프롤로그는 세상에 나올 책의 세 페이지 정도를 차지하게 되었다. 프롤로그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책의 마무리로 에필로그를 작성하기도 하는데, 나는 프롤로그와 본문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에필로그 작성은 생략하기로 했다.
이제 작가 소개글을 쓸 차례이다. 보통 작가 소개는 책을 펼쳤을 때 왼쪽 표지 펼침에 적혀있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글이다. 내가 작가라고 불리는 것부터 어색한 일이었고, 나의 별 볼일 없는 경력으로 나를 소개하는 것은 더더욱 난감한 일이었다. 그동안 학생으로서의 나, 의사로서의 나는 여러 번 소개해온 적이 있다. 인턴을 하면서 과가 바뀔 때마다 교수님들께 자기소개를 하곤 했었으니까. 그러나 작가로서의 나를 A4 10줄가량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다니
아무것도 모른 채 무언가 해야 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거나,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들을 보고 참고하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지난 인턴생활을 통해 배운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 중 하나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작가님들의 소개 글을 참고하기 위해 다시 한번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 놓인 많은 책들의 작가님들은 이미 수십만 명을 지닌 유튜버이거나 오래전부터 본인의 업계에서 일해온 베테랑이었다. 그분들은 본인의 이력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소개 글을 쓸 수 있었고, 결과물 또한 매끄럽고 수려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인턴을 마친 전공의일 뿐, 그분들처럼 튼튼한 지지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분야에서 경력이 길지도 않았다. 애초에 내 책의 주제가 막내 의사의 성장 이야기 아니겠는가. 어리고 경험이 미천하기에 막내인 법이었다.
에세이 베스트셀러의 책들만 보다가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날 것 같았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채 나는 에세이 신간 코너로 발길을 돌려 나 같은 신인 작가분들의 책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놓인 여러 책들의 도움을 받은 끝에 나는 왜 소위 빅 5에 속하는 대형 의료원에 지원했는지, 그리고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집중해서 작가 소개를 적기로 계획했다.
그동안 독자의 입장으로 다른 작가님들의 책을 읽을 때, 솔직히 말해 작가 소개나 프롤로그는 건너뛰곤 했다. 하지만 책을 써보니 내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에도 많은 노력을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 적힌 모든 활자에는 다 작가의 의도가 있었고, 그 의도를 전하기 위한 작가의 치밀한 계획과 노력이 있었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 딱 맞다. 이렇게 에세이 출간 덕분에 또 많은 것들을 배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