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에세이 출간 후기 - 목차 쓰기

책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목차

by 작문의

책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서점에 놓여있는 수많은 책들 가운데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표지와 목차, 이 두 가지만큼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표지는 책의 얼굴이고 목차는 책의 뼈대이다. 얼굴이 아름답고 골격이 튼튼한 책들만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에세이는 장르의 특성상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다.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묶여서 출간되는 초단편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에세이는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문턱이 낮은 장르이다. 300페이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략 40개의 이야기로 책이 구성된다면 이야기 하나당 7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동일한 분량을 가질 수는 없으니 이야기당 2페이지까지의 오차 범위가 있다고 하면, 이야기 하나당 짧으면 5페이지 길면 10페이지 정도까지의 분량을 가질 수 있다. 길어야 10페이지의 짧은 호흡을 가진 이야기이므로 에세이는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다.

그러나 목차는 수가 많아질수록 이야기 하나당 분량이 짧아져 충분한 이야기를 담지 못하고, 목차가 적으면 분량이 길어져 자칫 글이 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의 매력적인 목차를 구성하는 것'이 에세이의 핵심이다.



image.png?type=w773 출판사의 목차 재정비 안내

기획 단계에서 나는 블로그에 업로드했던 글들을 비슷한 주제들로 묶어 네 가지 파트를 구성했다. 첫 번째 파트는 의과대학 학생 시절 치렀던 국가고시에 대한 이야기부터 처음 병원에 입사해서 경험했던 여러 일화들. 두 번째 파트는 인턴으로 근무하며 병원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그들과의 일화. 세 번째 파트는 병원에서의 근무 이외에 흥미로운 병원 생활과 인턴 생활을 하며 들었던 여러 개인적인 고민들. 마지막 네 번째 파트는 인턴 성적과 전공의 시험, 레지던트 지원 과정과 결과 그리고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로 구성했다.


image.png?type=w773 책 기획 단계에서 구성했던 Part 1, Part 2
image.png?type=w773 책 기획 단계에서 구성했던 Part 3, Part 4

나름 자신 있게 준비했던 목차였으나, 출판사에서는 기획은 좋으나 목차의 수가 너무 많고 비슷한 내용이 다른 목차로 분류되어 있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피드백을 듣고 완벽하다 믿어 의심치 않던 목차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고쳐야 할 점들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의 눈은 뭐가 달라도 다르긴 달랐다. 이후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비슷한 내용들은 하나로 합치고 파트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은 다른 파트로 옮기거나 삭제했다. 그렇게 가지치기를 했더니 오히려 파트가 너무 적어져 버리는 기현상이 벌어진 탓에, 나는 또다시 파트에 어울릴법한 주제를 떠올리고 새로 글을 써 내려가며 빈 구멍들을 메꾸었다.


image.png?type=w773 목차에 대한 출판사의 반복적인 피드백


그전 과정을 이렇게 글로 적고 나니 간단하고 별 것 아닌 작업인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몇 주 동안 진땀을 뺐던 지난한 과정이었다. 처음 원고를 작성했을 때와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때는 순수하게 즐거움을 추구했다면 이번에는 시간 안에 원고를 써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까지 더해졌다. 원고를 쓰고 나서 반복되는 퇴고를 겪어야 했지만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미화되는 법. 인고의 시간을 거친 나의 목차는 더욱 부드러워졌고 말끔해졌다. 드디어 출판사도 나도 만족할만한 목차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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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차 Part 1,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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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차 Part 3, Par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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