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리스본의 시간을 품은 벽, 타일 박물관의 감동“

리스본이 왜 ‘예술의 도시’인지 알게 되는 순간

by 다온


다음 날, 우리는 리스본으로 향했다.

전혀 다른 리듬, 더 밝고 정돈된 공기,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의 문이 열렸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다.


바로 타일, 아줄레주(Azulejos).

처음엔 그저 벽을 장식하는 예쁜 무늬쯤으로 생각했지만, 리스본의 타일 박물관(National Tile Museum)을 보고 나면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타일은, 그 자체로 ‘시간’이었다.


리스본에서 마주한 가장 고요한 감동의 순간은, 예상 밖이었다.

언덕 위 성당도, 붉은 지붕 아래 펼쳐진 태그스강의 붉은 노을도 아닌,

타일 박물관(Museu Nacional do Azulejo)

작고 조용한, 하지만 강력한 이야기를 가진 공간이었다.

정지된 듯한 공간 속에서

나는 여행자가 아니라

시간의 관찰자가 된 듯했다.

누군가와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리스본에서는 와인보다도, 노을보다도,

이 타일 박물관을 먼저 권하고 싶다.


1. 수도원이었던 장소, 타일이 된 시간


박물관은 1509년에 세워진 마드레 데 데우스 수도원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정의 분수는 마치 시간을 머금은 것처럼 고요했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돌바닥에 닿는 발소리마저 경건해진다.

이곳은 단순히 예쁜 타일을 전시하는 장소가 아니다.

타일 하나하나에 시대의 숨결, 삶의 기록, 예술의 존재 이유가 담겨 있다.



2. 리스본의 영혼, 아줄레주(Azulejo)


타일이라고만 부르기엔 아쉬울 정도로, 대단하다.

이 푸른빛 그림들은 회화이자 설화였고, 성경이자 신화였다.

병사처럼 창과 방패를 든 여전사의 타일 앞에선,

마치 로마시대 여신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기운에 눌리고,


대항해시대를 그린 커다란 벽화 앞에선

저 배에 내가 함께 타고 있었던 것 같은 이상한 이입에 빠졌다.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양옆 벽면 가득

한 편의 서사시가 펼쳐진다.

타일이 아니라 벽에 붙은 타임캡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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