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힘든 우리
독서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아이들의 영유아 시기이다. 부모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워 주기 위해 열심히 책을 사들이고 읽어준다.
일명 ‘책 육아’. 이제 겨우 엄마와 눈을 맞추기 시작한 아기들 앞에 책을 펼치며 알록달록한 그림을 보여준 다. 아이들의 오감 발달을 위해 소리 나는 책, 촉감책 등 다양한 책을 집에 들이고 진열한다.
책을 통한 마법도 직접 체험한다. 책을 읽어준 아이들은 더욱 말이 빠르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더욱 책의 힘을 실감하며, 책 육아를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아이와 마음껏 책을 즐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4세 즈음 이르면 독서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생긴다. 바로 즐거움이 아닌 아이 지능과 공부에 도움 되는 독서이다. 출판사들은 영재는 길러지는 것이라며 우수한 성적을 위해 하루빨리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마케팅을 펼친다. 이때부터 부모들에겐 불안감이 찾아온다. 대개 이야기 책이 아닌 학습 관련 도서로 독서의 방향이 바뀐다. 또 조금씩 영어책의 비중도 높아진다.
이 시기부터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놀이가 아닌 숙제가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창작 책보다는 학습 스토리텔링 책의 비중이 높아지고 초등입학 대비 필 독서도 읽게 된다. 더 이상 우리에게 책은 즐기는 대상이 아닌 읽어야 할 대상이 된다.
책을 권하면 권할수록 아이가 책과 멀어지는 이유이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팔베개를 하고 책을 읽어준 달콤한 시간은 끝났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들인 교과연계 전집을 읽어야 한다. 집집마다 숙제처럼 읽어야 하는 전집과 책들에 둘러 싸여 아이들은 책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연령이 됐지만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책 읽기가 공부 같은 의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보통의 엄마이기에 대부분의 부모들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열심히 읽어 주기만 했다. 나도 첫째가 태어나자마자 열심히 책을 읽어줬다. 덕분에 아이는 언어는 물론 모든 발달이 빨랐다.
그때 당시엔 정말 열심히 책을 읽어주고 정서 함양을 위해 산으로 공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아이의 존재는 행복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아이에게만 매달려야 할까 숨이 막혔다. 나는 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를 위한 독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양육서밖에 떠오르지 않아 양육서를 주로 읽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제시하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다시 태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 짜증 나서 금세 책을 덮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펴 들었다. 당시 아이 양육에 지친 나는 육아지식이 아닌 나의 고민과 마음을 이해해 줄 책들이 필요했다.
육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책 읽는 재미는 더욱 늘어났고 하루의 마무리는 항상 책 읽기였다. 훌륭한 부모상을 주입하는 책이 아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었지만 생각과 의식에 변화가 찾아오고 힘든 육아에도 중심이 잡혔다.
책을 읽으며 삶의 의미를 새롭게 정리했다. 늘 크고 작은 고민으로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내 삶의 중요한 일 외에는 신경을 끄고 삭제하는 연습을 했다.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면 마음이 가벼워지듯 독서를 하며 삶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삶에서 방황하는 순간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책을 만나게 되면 긍정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음을 실감했다. 나의 삶은 예전과 같지만 나는 삶의 순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것은 독서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다.
책 읽기는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해 야 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나의 욕심과 불안감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혔다. 이것은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독서에서 저지르고 있는 실수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독서 또한 성공을 위한 목적이나 도구가 아닌 존재 자체를 사랑해야 책의 본질을 알게 된다. 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접했지만 성장하면서 결코 책을 사랑할 수없었다.
성장하면서 책을 읽지 않고 싫어하게 된다면 아이는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싫어할 가능성이 높다. 책과 교과서 모두 텍스트기반 매체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교과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독서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