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날아다녀

에세이

by 오툐툐

분명 빈 플라스틱 상자인데 마치 무엇이 들어있는 듯했다. 짓고 있는 표정과 몸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지만 머리에는 멜로디 같은 것이 오가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문 앞을 사람들이 가로막고 서 있길래 잠시 가려던 길을 멈추었다. 이른 새벽에 나설 때는 못 봤던 눈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동안 은근한 순진함이 스쳤다. 눈 사이를 가로지르며 뛰어다니거나, 눈을 뭉쳐 던지고 싶은 욕구가 아니었다. 뜻밖에 마주하게 된 장면을 보면서 자연히 피어오르는 어린 시선이었다.


담배를 다 피운 사람들이 물러났고, 문 밖으로 나가 플라스틱 박스를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잠시 하늘을 보고, 아주 작은 여운을 가진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는 맑았다. 곧 해가 떠올랐고, 날아다니던 눈은 따슨 햇살에 녹았다. 그런 하루였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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