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벽 5:40분, 알람이 울린다. 몸을 일으켜 알람을 끄고 화장실 불을 킨다. 잠들기 전 새벽에 양치를 하는 것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다시 알람이 울린다. 이런 느린 움직임을 방지하는 2차 예방책이다.
물기 남은 얼굴 위로 히알루론산을 펴 바르고, 비타민C 앰플도 덧댄다. 로션, 선크림, 헤어 컨디셔너까지 많기도 하다.
널려있는 옷을 꺼내 입을 때, 3차 알람이 울린다. 나가야지. 지각은 안되지. 꾸우웅 소리가 나는 현관은 몇 개월째 구리스를 바르지 않아 같은 소리를 낸다.
찹다. 겹겹이 발라 번들거리는 얼굴을 찬 바람이 쳐댄다. 맞아가며 잠을 깨고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를 뛰어내려 가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생각과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 주장하며 이상한 움직임을 형성하고, 지하철은 그 시간에 도착해서 탄 사람만 싣고 제 갈길을 간다. 그래야 공평한 것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사람.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짧은 시간이지만 짬을 내어 책을 읽자. 책 두 장을 넘기면, 알아서 몸이 느슨해진다. 느슨해진 몸이 다시 긴장을 하면 그때가 환승하는 때다.
다시 계단을 오른다.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오르자. 무빙워크보다는 발로 걷자. 어차피 매일 고장이 나서 자주 쓰지도 못한다. 고장에 실망하느니 그냥 이용하지 않겠다.
다시 지하철이 들어온다. 다시 내린다. 계단을 오른다. 회전문을 돌아 계단 없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루 시작 전 5초 동안 마지막 휴식을 가진다. 천천히 이어폰을 빼고, 가방에 집어넣는다.
하루가 시작됐다. 오는 동안 준비는 마쳤다. 매일 보던 얼굴이지만 서툰 인사를 한다. 친하지도 않고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지만 봐도 봐도 반가운 사람들.
시야에 들어오는 세상 사이에서 오늘 하루가 어디선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