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빈 종이를 봤다. 햄버거는 이미 다 먹었다.
서로 어색하게 기다리고 있는 시간 같았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쓸 말은 없지만 뭐라도 생각해내려고 했다.
잡념, 고민, 우아한 문장, 허무한 말 '할 말 없음;'. 사실 없을 리가 없다.
보란듯한 자랑거리 없어도 하루를 흘렀다.
겉모습은 일란성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살아보면 날마다 조금씩 달랐다.
노트와 펜이 간편하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펜 없이도 글 쓸 수 있다. 휴대폰, 노트북, 패드.
하지만 화면은 번쩍이며 그 앞에 선 이유를 잊게 했다. 키오스크가 불편한 어르신들처럼.
아, 글을 써야겠어.
자주 느끼지 못할 기분 좋은 충동은 건초에 붙은 불씨 같아서, '오밤 중에 밖에서 뭐 하냐!'는 말에 대답이라도 했다가는 꺼져버릴 수 있다.
목적이 있어서 글을 쓰려고 하기보다는, 쓰다 보니 그 불에 고구마도 구워 먹게 되는 것이다.
노트와 펜으로 이름을 붙였다.
무취, 아득함, 무료하거나 애매한 순간이 손에 잡혔다.
그냥 뭐.. 하고 그저 그런 하루를 돌아 생각해 보면, 아침에 짧은 다짐, 작은 기쁨, 대화와 가벼운 웃음, 기다리는 마음, 설렘과 불안까지 있었다.
콘텐츠의 늪이 만들어내는 허무함과 쓸쓸함은, 꽤나 역동적이었던 하루를 '그냥 그저 그런 날'로 지워졌기 때문이었나.
반복될수록 새롭게, 다시 들여다 볼까.
말은 쉽다. 글도 쉽다. 생각하고 다짐하는 것은 쉽지만, 결국 나는 맥날에 앉아있었다.
죄책감은 뱃속에 들어갔다.
그래도 썼다. 생각하고 글을 쓰며 다짐했다.
맥도날드는 열흘에 한 번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