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 공자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요리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대히트를 치고 나니, 아무래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서바이벌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운명전쟁49'는 신점, 타로, 관상, 사주와 명리학 등으로 이들이 사람의 과거와 성격, 그리고 미래는 어떨지 점을 쳐서 더 정확히, 더 많이 맞추는 사람이 살아남는 형태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인데, 최근에 어느정도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도 누나가 가족끼리 운명전쟁49를 보자고 했으니 말이다.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배경과 성향, 운명을 단순히 생년월일이나 얼굴을 보고, 혹은 점을 쳐서 맞추는 것이 가능할까? 합리적인 사고판단으로 사유해보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실제로 추리해내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꽤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사주팔자, 타로카드, 관상 등은 우리가 알수없는 미래를 엿보게 해준다. 누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주면서 앞으로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이니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것을 피해야 하는지 일러주며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카운셀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고민과 걱정, 불안이 없는 사람이 점집에 구태여 찾아가 점을 볼까? 사람의 인생이란 새옹지마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라고 할수있다. 선사시대에는 당장 내일 사냥을 성공하지 못하면 모두가 굶어죽을 수도 있었고, 여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 사람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죽어나가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운명이란 어느정도까지만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것이지, 나머지는 우리의 운명을 조율하는 더 위대한 존재에게 달려있던 일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인과관계와 개연성이란 사유와 논리를 무기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서 '있어야 마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징조도 없이 땅이 갈라지는 것은 신의 진노였고, 전염병이 휩쓸면 인간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계급이 생겨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왕과 황제, 신하와 귀족들은 계략과 음모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당장 내일 자기 목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살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조언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점성술의 시초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었다고 하며, 한자(漢字)의 기원은 길흉화복을 점치던 갑골문이었다. 이러니 신명(神命)이나 천명(天命)이라고 하는, 절대적 존재가 점지한 미래를 엿보고자 했던 인간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 심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박혀있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해소해준 것이 아무래도 점사가 아니었을까. 주술사들은 신들의 가면을 쓰고 천기를 누설한다며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해준 상담가였을 것이다.
사족으로, 이런 신기가 있는 사람들은 일종의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처럼 묘사되는데,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이나 미묘한 표정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예민한 이들이 아니었을까? 여러 개의 인격이나 시시때때로 성격이 바뀌는 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일종의 마술적 심리로써 이들이 신의 목소리를 대신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주팔자를 진지하게 신봉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양자역학을 통해서 설명하면 흥미로울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공 계열의 학문에 아예 문외한이라고 봐도 좋다. 그래서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1+1=2'란 부정할수없는 사실인 것처럼, 양자역학으로써 알수있는 사실을 통해서 사주, 명리학, 점성술 같은 점괘가 어째서 흥미 본위로만 취급해야만 하는 것인지 말하고자 한다.
양자역학과 관련한 유명한 사실 중 하나는 불확정성 원리이다. 불확정성 원리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우주의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인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와 이 입자가 가진 에너지는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개의 입자 상태를 아는 것도 불가능한데, 수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우주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또 양자 중첩을 살펴보자. 양자 중첩이란 '관측하기 전까지 두 가지의 상태가 확률적으로 중첩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동전으로 홀짝을 할 때 동전이 앞일지, 뒤일지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주머니를 개봉하기 전까지 정말 모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즉, 미래가 닥치기 전까지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거시적으로 볼 때 '어느정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있음과 미시적인 물리학은 다르게 봐야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점으로, 항상 그렇게 되리라는 것은 아니다. 미래란 그때가 될 때까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하물며 사람의 생일이나 그 사람이 집은 카드를 가지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子不語怪力亂神
공자께서는 괴력난신에 대해 말씀한 적이 없습니다. - <논어(論語) 술이편>
공자는 근대는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중국 대륙이 한창 춘추전국시대의 전란으로 어지럽던 시대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인 암투와 더불어 외세의 침략이나 침공까지 궁리해야하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는 시대의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합리와 이성으로써 혼란을 바로잡고자 가르침을 전했던 철학가였다. 그리고 이토록 혼란한 시대에서 '국가가 따라야 할 가르침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고민했던 제자백가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가르침 속에서, 유교는 약 2000여 년동안 가장 으뜸가는 가르침으로 남았다. 그리고 공자는 유교 사상가 중 가장 위대한 선생으로서 언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불확실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미래를 결정하는 존재들에게 물어보는 무속, 신점과 같은 것에서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공자의 말씀을 기록했다는 <논어>에서는 위와 같이, 공자가 괴력난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괴력난신이란 무엇일까? 논어를 한평생 연구한 이들 중 가장 정통한 인물로 알려진 주자(朱子,1130~1200.)는 괴력난신이란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괴': 괴이(怪異), 괴상하고 기괴한 일들
'력': 용력(勇力): 믿을 수 없는 힘이나 폭력
'난': 패란(悖亂): 난세의 반란이나 신하가 왕을 해치는 등 무도한 행위
'신': 귀신(鬼神): 초자연적이라 인간의 합리적인 생각에서 벗어난 일들
이중에서 신점이나 점괘는 '난'을 제외한 괴, 력, 신을 이용하고 다루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단순히 알수없는 것, 즉 사람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여겼기에 괴력난신을 언급한 적이 없는걸까? 공자는 제자가 사생관(死生觀)에 대해 물었더니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대답했다. 유교에서 말하는 천명이란 인간이 간섭할 수 없으나, 다만 자신의 최선을 다할 수는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자는 '알수없는 것은 어디까지나 알수없는 일이니 논할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 아닐까? 분명한 것은 공자 본인만이 알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초자연적이고 합리적인 이치에서 벗어난 것, 즉 괴상하고 기괴한 것들을 통해 누군가의 배경과 미래를 점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를 긍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을 통해 미래가 결정되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점을 보고자 하도록 유도하는 '불확실한 상황'이란,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은 곧 우리가 정해진 결과에 얽매이는 존재가 아니라 자유롭게 사고하며 행동할 수 있는 이들임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