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 책 완역본을 처음 읽고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어? 앉은 자리에서 아이들 끼니도 미룬 채 3시간 동안 읽어내려갔다.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면 그건 불행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에서 어린 시절 <보물섬>이나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 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언급했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다면 단언컨대 <왕자와 거지>로 시작하라고 말할 것이다. 초5,6 합반 아이들 중에는 벌써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어버리기도 했다. 그만큼 재미있다. 매주 100쪽 이내의 분량을 읽어오지만 아이들은 진도보다 빨리 쓱 읽어버렸다. 으스대도 좋다. 너희들은 어느덧 고전의 세계로 진입했단다. 고전은 어렵지 않지.
<왕자와 거지>의 수업 내용은?
1. 우리는 배경부터 살펴볼 것이다. 헨리 8세와 그의 아들 에드워드6의 시대는 흥미로운 시대다. 영국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시대로, 가톨릭의 지배에서 벗어나 영국 성공회가 성립되었다. 왕권이 강화되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했다. 이제는 책을 꼼꼼히 살펴볼 차례다.
2. 톰 켄티(거지)가 왕이 되어서 판결하게 되는 약식 재판을 실제 재판처럼 재구성해보고 재판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깔깔대고 신나게 재판을 진행했다.
3. 풍자가 두드러진 장면들을 찾아내고 왜 그 내용이 풍자인지, 무엇을 풍자하려고 했는지 대화하고 글을 쓴다.
4. 이 소설이 좋은 리더, 혹은 왕에게 요구하는 자질을 어디에 숨겨놓았나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고 토론할 것이다.
5.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해보고자 한다. 나는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내가 나인걸 증명하는 이야기의 원형은 <오뒤세우스>에 있다. 거의 20년 만에 집에 돌아온 오뒤세우스를 알아보는 데 어린 시절 유모는 그의 몸에 난 흉터로, 아내 페넬로페는 함께 했던 추억을 공유함으로써 가능했다. 이 예를 곁들어 볼까 생각중이다. 음, <손톱 먹은 쥐>도 괜찮을 것이다. 각자 역할을 바꿔서 연기해보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짧게 하고 리뷰 쓰기로 마무리.
다음책은 풍자 소설로 하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이 시기에 읽기 딱 좋은 <크리스마스 캐롤>로 기울고 말았다. 마음 같아서는 마크 트웨인의 모든 소설을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허클베리 핀>은 좀 어렵지 싶다. <톰 소여>는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