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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을 Jan 24. 2024

<동물 농장> 조지오웰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이 책을 꽤 읽힌다고 알고 있다. 중학교 이상에게 권장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미 고전 소설은 중2때부터 고 2까지가 피크가 아닌가 싶다. 


<동물농장>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많이 읽혀서인지 번역본이 많다. 문예출판사판에는 두 개의 서문이 실려 있다.(조지 오웰이 의도한 서문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뉴욕타임즈에 실린 글)와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이다. 중학생들이 읽기에 '표현의 자유'는 어렵다.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은 읽힐 만하다. 이 책을 둘러싼 당시 배경을 잘 알려준다. 영국에서 출판이 거절된 상황, 책을 쓰게 된 게기, 심지어 깜찍한 자기 소개까지. 영국에서 출판이 거절된 이유 중 하나는 "돼지를 지배계급으로 선택한 것에 많은 사람이 분명 불쾌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한 번 읽을까 싶은 기대가 있지만 알 수 없다. 만약 그때가 온다면 북클럽 선생이 그 많은 판본 중 왜 이 책을 골라주었는지 알아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농장주 존슨을 쫒아내고 <메너 농장>은 <동물 농장>이 되었다. 봉기의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메이저 영감이 죽고 봉기를 주도한 돼지 나폴레옹, 스퀼러, 스노블 중 나폴레옹은 독재자가, 스퀼러는 거짓 선전 선동가가 되었으며, 스노블은 쫒겨난다. 주적 존슨을 대신해서 사라진 스노블이 주적이 되고, 존슨의 권력은 돼지들이 차지한다. 동물들의 세상이 왔지만 삶의 내용도 사회의 구조도 존슨의 농장 때와 같은 모양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그보다 더 평등한 동물이 있"는  세상에 도달한 것이다.


돼지들의 횡포에 지쳐가던 동물들은 무너진 풍자 밑에 고단한 몸을 뉜다. 언덕을 내려다보던 클로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오래전 인간들을 쫒아내려고 나섰을 때 그들의 목표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공포와 살육은 메이저 경감이 처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날 밤에 그들이 고대하던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때 그녀에게  미래의 꿈같은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굶주림과 채찍에서 자유로워진 동물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일하고, 메이저 영감이 연설하던 날 밤 우왕좌왕하던 새끼 오리들을 그녀가 앞발로 지켜준 것처럼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면서 모두 동등하게 살아가는 사회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무도 감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시대, 사납게 으르렁거리른 시대, 동무들이 충격적인 범죄를 자백한 뒤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시대였다.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찾아낼 수 없는 말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잉글랜드의 동물들>을 부르기 시작했다.주위에 앉아 있던 다른 동물들도 동참해서 그 노래를 세 번이나 불렀다. 음정은 정확했지만 슬픈 기분으로 느릿느릿 불렀다." p.12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삽입곡 <언제라도 몇 번이라도>에는"슬픔의 수를 전부 말하는 것보다 입맞춰 살짝 노래 부르자"라는 가사가 있다. 동물들도 슬픔의 수를 세기보다는 노래부르기를 택한다. 느린 노래로 그들은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노래란 마법처럼 그날의 정서를 그대로 불러온다. 그들이 지나왔던 희망의 세월, 고통의 세월을 호명하며 잠시 쉰다.


아이들도 이 부분을 인상 깊은 문장으로 꼽았다. 나도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노래를 불러버려서 먹먹해졌다. 이 소설은 슬프다. 


어려운 책도 쉽게 읽히려고 마음 먹고 욕심을 내려놓는다. 첫번째 시간엔 작가와 시대를 이야기하고, 각 장(1~4)을 요약한 다음 각 챕터의 제목을 직접 정한다. 두번째 시간엔 주요 캐릭터를 자신 주변의 인물들, 일상 생활에서 그들이라면 어땠을지 함께 이야기나누고 쓴다. 


1~4장까지 제목을 나도 지어봤다. 핵심 키워드 '우유'

1장. 동물에게도 우유를 달라.(우리의 생산물을 인간이 아닌 우리도 누리자.)

2장 우유가 사라졌다.(우유를 같이 먹자더니 어디로 사라진 거지?)

3장 우유는 돼지에게(우유와 사과까지 돼지에게만 허용되었다.)

4장 인간에게 우유를 빼앗길 순 없어(존슨의 습격, 그리고 물리침.)


'우유'를 다같이 먹기를 희망했으나 결국 우유를 독점하게 된 권력자들의 이야기. '우유'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정리해볼 수도 있다! <동물농장>은 '물질'의 생산 및 소유에 관한 현상과 철학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다음엔 '우유'를 키워드로 주고 목차를 정리하도록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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