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에 온 사람

6장. 먼저 와 있는 사람

by 늘푸른자연 정동숙

그녀가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시계는 아직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이른 오후였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가 쪽 자리에서 낯익은 어깨선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먼저 와 있었다.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창밖을 보는 듯했지만 사실은 입구 쪽을

의식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삼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앉아 있는 모습은 이상하게 익숙했다.


그녀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저 사람이 정말 그일까. 사진으로 본 얼굴과는 달랐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시간이 아주 잠깐, 숨을 고르는 것처럼 멈춘 느낌이었다.


그는 먼저 일어났다.


“수진이?”


이름이 그의 입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야.”


웃어야 할지, 인사를 해야 할지, 손을 내밀어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둘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젊은 날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위에 세월이 얇게 덧입혀져 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설렘은 과거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많이 변했네.”


그가 말했다.


“당연하지.”


그녀가 웃었다.


그 말 속에는 지난 시간의 무게와 지금의 나를 지켜낸 자부심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는 의자를 빼 주었다. 그녀는 앉으며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작은 테이블 하나가 놓였다.


그 거리만큼, 아직은 조심스러운 시간이었다.


“잘 지냈어?”


가장 평범한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이 되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어떤 표정으로 말해야 할까.


기다림이 끝난 자리에 이제 진짜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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