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만나기 전날 밤

1

그녀는 옷장을 세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만남은 내일 오후 세 시,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카페였다. 특별할 것도 없는 약속인데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검은색 니트를 꺼냈다가 다시 넣고, 밝은 색 셔츠를 꺼냈다가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러지.”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었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옷을 고르는 일이 이렇게 오래간만이라는

사실이 더 어색했다.


쉰둘의 설렘은 젊은 날처럼 분주하지 않다. 대신 조용히, 깊게 스며든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괜히 메시지를 다시 읽어본다.


“내일 보자.”


짧은 문장인데 괜히 숨이 고였다.


혹시 내가 더 기대하는 건 아닐까. 혹시 그는 그냥 옛 친구를 만나는 마음일까.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이 만남이 지나간 시간을 확인하는 일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간을 여는 일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불을 끄고 나서야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그냥 커피 한 잔이야.”


하지만 심장은 그 말만큼 담담하지 않았다.


2

그 역시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입을 셔츠를 미리 꺼내 두고 괜히 구김이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평소엔 아무렇게나 걸치던 옷인데 오늘은 다르게 보였다.


거울 앞에 서서 흰머리가 더 늘었는지 살폈다. 젊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괜히 만나는 건 아닐까.”


그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추억은 언제나 현재보다 부드럽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혹시 그 시절을 지금의 얼굴 위에 겹쳐보는 건 아닐지.


그는 휴대전화를 켜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저장된 이름 옆에 괜히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일까.


그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쉰넷의 나이에 이렇게 긴장하는 날이 또 올 줄은 몰랐다.


불을 끄고 난 뒤에도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이번엔, 괜히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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