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그해 봄 이야기
“기억나? 학교 뒤 벚꽃길.”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조심해야 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말은 생각보다 가볍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잠시 웃었다.
“거기서 네가 고백했지.”
“고백이라기보단… 거의 실수였지.”
그는 고개를 긁적였다.
스무 살의 그는 말보다 자존심이 앞섰고, 확신보다 용기가 부족했다.
그녀는 그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벚꽃이 유난히 많이 흩날리던 날, 그가 몇 번이나 말을 삼키다가
결국 어색하게 꺼냈던 고백.
“나… 너 좋아해.”
그 한 문장이 그때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은 그 한 문장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졸업이 가까워지며 각자의 길이 갈라졌고, 서툰 자존심은 붙잡아야 할 손을 놓게 했다.
“그때 네가 먼저 떠났잖아.”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로 가면 잘될 줄 알았어. 그때는… 그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어.”
맞는 선택.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은 점점 모호해진다.
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나도 잡지 않았어.”
그 말은 원망이 아니라 사실에 가까웠다.
그때는 둘 다 어렸고, 사랑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페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다른 테이블의 웃음소리가 스쳐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후회한 적 있어?”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후회라는 단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이 있다.
“가끔.”
짧은 답이었다.
그 역시 웃었다.
“나도.”
그 한마디에 삼십 년이 겹쳐졌다.
그때의 우리는 사랑을 몰랐던 게 아니라 지키는 법을 몰랐던 것 같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 만남이 과거를 정리하는 자리인지, 다시 이어 보는 자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번엔 말하지 못한 채 돌아서고 싶지 않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