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에 온 사람

8장. 지금은 혼자야

by 늘푸른자연 정동숙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 지금은 혼자야.”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설명되지 않은 시간들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이미 알고는 있었다. 동창 모임 단체방에서 흘러나온 말들, 사진 속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의 자리.


그래도 직접 듣는 건 달랐다.


“몇 년 됐어?”


“삼 년.”


짧은 대답이었다.


그는 괜히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식어 있었다.


“처음엔 잘 몰랐어. 혼자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그 말이 그녀의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다.


혼자라는 건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소리가 줄어드는 일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애들은 엄마랑 살고. 나는… 그냥 여기로 내려왔어. 다시 시작해 보려고.”


다시 시작.


그 말이 공기 중에 잠시 머물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힘들었겠다.”


그는 웃었다.


“괜찮은 척하는 건 익숙해졌어.”


그 한마디가 그의 지난 시간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사람은 스무 살의 그가 아니었다.


실패도 겪었고, 잃은 것도 있고, 지켜내지 못한 것도 있는 얼굴.


그래서 오히려 조금 더 솔직해 보였다.


그는 잠시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너는?”


짧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배려가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잠시 내려두었다.


말해야 할까.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삼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람에게 지금의 나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카페 안의 소음이 잠시 멀어진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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