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울리는 화면
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휴대전화가 테이블 위에서 진동했다.
짧고 분명한 소리.
둘의 시선이 동시에 화면으로 향했다.
발신자 이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준호’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이름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받아야 할까.
지금은 피해야 할까.
전화는 쉽게 끊기지 않았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울렸다.
“받아도 돼.”
그가 먼저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 안에 어떤 감정이 섞여 있는지는
읽기 어려웠다.
그녀는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엄마, 나야.”
딸이었다.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녀의 어깨가 아주 조금 풀렸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엄마 오늘 약속 있다며?”
그녀는 순간 말을 멈췄다.
아이에게
이 만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응. 친구.”
짧게 말했다.
전화 너머에서
딸은 웃었다.
“좋네.
엄마도 좀 즐겨.”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건드렸다.
엄마도 좀 즐겨.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잠시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는 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아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과거의 두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두 사람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시간.
그는 천천히 말했다.
“우린… 이제 그런 나이지.”
그녀는 웃었다.
“그러게.”
설렘 위에
현실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 순간
이 만남이 가벼운 추억 놀이가 아니라는 걸
둘 다 알았다.
그녀는 물컵을 손에 쥐었다.
이제는
말해야 할 차례였다.
“나도… 혼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