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끝나게 된 이유
“나도… 혼자야.”
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몇 해의 시간이 접혀 있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않았다.
묻지도 않았다.
대신 기다렸다.
“오래됐어?”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 년.”
그녀는 커피잔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크게 싸운 건 아니었어.”
그 말이 먼저 나왔다.
이상하게도
이혼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을 따지는 일에 지쳐 있었다.
“그냥… 말이 점점 줄었어.”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다음에는 바빠서,
그다음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어서.
그러다 보니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방에서 사는 것 같았어.”
그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붙잡아 보려고는 했어?”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했지.
근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
우린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지키지 않는 상태였다는 걸.”
지키지 않는 상태.
그 말이
그의 표정을 조금 굳게 만들었다.
“나도 비슷해.”
그는 천천히 말했다.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었어.
처음엔 이해해줬지.
나도 고마웠고.”
그는 웃지 않았다.
“근데… 어느 날 보니까
우리가 팀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쓰는 동거인이더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이 길지 않아도
알아듣는 순간이 있다.
“누가 크게 잘못한 건 아니었어.”
그녀가 말했다.
“그게 더 힘들었지.”
잘못이 있으면
원망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이 없으면
남는 건 공허다.
카페 안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는 물었다.
“후회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잠시 멈췄다.
“다만…
그때의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던 것 같아.”
그는 창밖을 잠시 보았다.
“나도 그랬어.”
말이 닿는 순간,
이상하게도
둘 사이의 거리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젊은 날의 설렘이 아니라
상처를 지나온 사람들만의 이해.
그녀는 깨달았다.
이 만남은
과거의 연애를 되찾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인정하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우리가
그때의 우리보다 조금은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