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서두르지 말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가 멈췄다.
그녀는 그 표정을 읽었다.
그래서 먼저 말했다.
“우리… 서두르지 말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거절은 아니었다.
하지만 허락도 아니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냥… 우리가 이제 스무 살은 아니잖아.”
그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속은 단단했다.
“예전엔 감정이 먼저였지.
좋으면 달려가고,
불안하면 붙잡고.”
그녀는 컵을 내려놓았다.
“근데 지금은 다르잖아.
우린 각자의 시간을 한 번씩 지나왔고,
혼자인 법도 배웠고.”
그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녀는 이어 말했다.
“이 만남이 좋아.
근데… 그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를 다시 조급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조급하게.
그 단어가 공기 중에 잠시 머물렀다.
“우린 이미 한 번
서두르다가 놓친 사람들이잖아.”
그는 그 말에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다르게 하고 싶어.”
그가 낮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천천히 가고 싶어.”
그녀의 눈빛은 망설임이 아니라
선명함에 가까웠다.
“지금의 나는
외로워서 누군가를 붙잡고 싶진 않아.
설렌다고 바로 기대고 싶지도 않고.”
그는 웃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래.”
잠시, 아주 잠시
둘 사이의 긴장이 풀렸다.
서두르지 말자는 말은
도망치겠다는 말이 아니라
지키겠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엔
감정이 아니라 속도를 선택하겠다고.
그리고 그 속도 안에서
서로를 더 오래 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