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에 온 사람

12장. 돌아가는 길

by 늘푸른자연 정동숙

카페 문을 나서자
저녁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해는 이미 기울어 있었고,
길 위에는 주황빛이 얇게 깔려 있었다.


그는 지하철역 앞에서 멈췄다.


“조심히 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연락해.”


짧은 인사였다.
붙잡지도 않았고,
괜히 더 오래 서 있지도 않았다.


그게 오히려 좋았다.


혼자 걷기 시작하자
방금 전의 대화들이 천천히 따라왔다.


스무 살의 우리는

헤어질 때 더 오래 서 있었다.
아쉬움이 많았고,

말하지 못한 감정이 가득했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아쉬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켜야 할 속도를 알고 있어서였다.


횡단보도 앞에 서자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멈춰 섰다.


기다림이 싫지 않았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초록 불을 재촉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르다.


서두르지 말자고 말한 건
그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가볍게 진동했다.


“오늘… 반가웠어.”


그의 메시지였다.


그녀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걷는 동안,
천천히 생각했다.


이 만남은
외로움의 틈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건 분명했다.


그와 함께 있던 시간은
설렘보다는 안정에 가까웠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됐고,
과거를 숨기지 않아도 됐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켰다.


고요한 집.


하지만 오늘은
그 고요가 비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


“나도.”


짧은 두 글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쉰둘의 사랑은
아직 시작이라고 부르기엔 조심스럽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 걸어볼 수 있는 길이라는 건 알겠다.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멈추지 않는 속도로.


그녀는 불을 끄기 전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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