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만나자는 말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근처에 살고 있어. 시간 되면 얼굴 한 번 볼래?”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단순한 제안일 뿐인데, 그 안에 담긴 온도가 쉽게 식지 않았다.


쉰둘의 나는 이미 많은 선택을 해본 사람이었다. 결혼도 했고, 이별도 겪었고, 혼자 지내는

시간에도 익숙해졌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이 만남이 과거를 꺼내는 일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간을 여는 일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서서 괜히 머리를 한번 정리했다. 만날 날짜를 정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지금이야?”


잠시 후 답이 왔다.


“요즘 문득, 그때 우리가 생각났어. 그때는 너무 어렸잖아.”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후회도, 그리움도, 아마 조금의 용기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너무 어렸다는 말.


그 말이 지금의 우리를 허락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이가 든 사랑은 설렘보다 계산이 먼저 따라온다는 걸.


이 만남이 추억을 아름답게 남겨둘 선택이 될지, 아니면 다시 흔들리는 시작이 될지.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비는 멈췄고 길 위에는 젖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


마음도 그랬다.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감정이 조용히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래.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보내고 나서야 내가 숨을 오래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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