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소파의 가장자리에 복순이라는 이름의 하얗고 작은 몰티즈 강아지가 13년째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딸과 아들이 16살, 14살일 때 복순이는 3개월의 나이로 우리의 삶에 들어왔고 금방 우리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 되었다.
아기 복순이는 하루의 반나절을 혼자서 생활해야 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이런 복순이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둘째인 아들 녀석이었다.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새로운 가족이 된 강아지와 곧잘 놀아 주었는데 공 모양을 한 푹신한 털 뭉치를 발로 차면 복순이는 이 공을 갖고 싶어 온 거실을 내달렸고, 숨에 겨워 헐떡거릴 때까지 그 둘은 넘치는 에너지를 함께 공유하곤 했다. 복순이에게 아들은 가장 만만하고 친한 친구였고, 복순이 역시 아들에게 공허한 빈집이 아니라 따뜻하게 맞아주는 친구가 되어 서로의 불안한 시간을 지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