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에도 꽃은 예쁘다
최근에 나는 화훼장식기능사를 준비했다
중학교땐 운동선수를 준비하고 고등학교땐
미대를 가기 위해 미술학원에서 3년을 버티다
어쩌다 보니 대학교땐 체대를 가더니
나는 지금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훼장식기능사 필기 후기를 알아보니 합격률도 높고
쉽다는 후기에 나름 긴장하지 않고 시험을 봤는데
나는 머리가 안 좋은 탓인지 세 번 만에 붙었다
그러고 실기 준비를 했는데 두 번이나 떨어지고
세 번째 도전을 앞두는 중인데 나는 갑자기 어쩌다가
플로리스트 꿈을 가지게 됐을까?
너무 심한 공황장애로 학교를 그만두고
치료를 받으면서 상황이 호전될 때쯤
나이키에서 반년정도 일을 하게 됐었는데
거기서 만난 다른 직원은 개인꽃집을 운영하며
나이키에서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말에
나는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 멋있다는 생각과
나도 꽃을 좋아하는데 왜 이 분야로 도전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너무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무작정 관련 자격증을 찾아보게 됐다
나는 평소에도 꽃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그 얘기를 듣고 그런 생각이 든 게
뭔가 운명 같았다고 느껴졌다
화훼장식기능사를 지금 2년 넘게 준비하고 있다
너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계속 반복되는 조울증과
공황장애 때문에 오로지 자격증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힘든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꽃을 만지고 있는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불안도, 공황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잠깐씩 자리를 비워줬다
그래서 나는 꽃을 ‘꿈’이기 전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꼈다
우울한 밤으로 눈물로 나를 잠재우는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다시 희망을 찾고
새벽에 양재동 화훼시장에 가곤 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얼른 나아져서
멋지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으며
이 지긋지긋한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우울감 속에서도
나는 꽃이 너무 좋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내 기분이 가라앉아 저 밑바닥으로 내려가도
꽃은 여전히 이쁘고 행복한 순간을 담아 건네는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기에 그게 조금이나마 나에게
위로가 된다
몇백만 원 빚진 내 통장 잔고에 불확실한 미래
계속되는 불안장애와 공황과 조울증
너네가 날 얼마나 괴롭히든 나는 지지 않을 거라고
무조건 이겨내서 누구보다 멋진 어른이 되어갈 거라고
내가 이 모든 걸 이겨내서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고
2년 전에는 폐쇄병동에 입원할 만큼 심각했지만
지금의 나도 사실 별 다른 건 없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가장 큰 변화는 내가 희망이라는 것을 내 맘 속 깊이
붙잡아 두고 있다는 것 이겨낼 수 있다는 그 희망
그 하나로 지금 나는 살아간다
혹시 지금
나처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불안과 우울을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에게도 분명 꽃 같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이름을 못 붙였을 뿐이지
이미 당신 안에 있다고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하루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