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친다고 바다를 미워하진 않으니까

오늘의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by 안맑음

현생에 쫓겨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강릉으로 떠났을 때,

내가 봤던 그 푸른 여름 바다가 너무 보고 싶다


햇빛 아래 뜨거운 바다였지만, 은은하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바다에 가면 항상 맡을 수 있는 약간의 비릿한 바다 냄새

앉아서 물멍하던 그 시간은 정말 너무 행복했다


서로 손을 잡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 어린아이와 부모님,

벤치에 앉아 계신 중년의 부부

다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보였던 그 순간들


혼자 떠난 그 여행은 나에게 큰 선물 같았다


나는 그저 바다가 너무 좋다


늘 가슴에 무엇인가를 얹혀 두고 사는 나라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

그냥 가슴속이 시원해진다


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

저 끝없는 바다에는 얼마나 다양한 것들이 존재할지,

저 멀리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바다 앞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 보면,

내가 바라본 바다는 유독 더 찬란하게 빛난다


오늘 감정이 너무 많이 북받쳐 오른 날이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다

감정은 파도처럼 오는 건데,

파도 친다고 바다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그래, 저렇게 빛나는 바다를 굳이 미워할 필요는 없는 거야


그러니 오늘의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나는 자연을 보며 위로를 정말 많이 받곤 하는데,

그중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강릉의 바다다


오늘도 나는 나를 하염없이 자책하고

미워하는 하루였는데,

조금 날씨가 풀린 오늘 하루가

또 다르게 따스하게 느껴져서

왠지 모를 우울감이 좀 덜한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바다 보러 가고 싶다

그러면 바다를 사랑하는 이유가 더 늘어날 테니,

난 또 살아가는 의미가 생기는 거다


물론 살아가는 데 어떠한 의미를 두고 싶진 않지만,

가끔 무작정 죽고 싶을 땐

어떠한 의미를 찾아서 만들어서라도

버티고 싶기에 나는 또 버틴다


비가 그친 뒤 강릉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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